돈 자랑하고 끝?… 제주항공·호반건설의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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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자랑하고 끝?… 제주항공·호반건설의 ‘희망고문’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23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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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이 임금체불 등 해결 못해 계약 해제”… 직원 1600명 실직 위기
호반건설, 금호산업 입찰때 “돈 있다” 해놓고 저가 응찰… 대우건설 인수전에선 ‘간보기’
업계 “홍보 잘하고 있다” 비아냥… 주식 액면분할 해놓고 상장 또 연기해 M&A 악몽 되풀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돈 자랑하려고 했나?” “회사 브랜드 홍보효과 누리려고 그랬나?”. 중견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해당업체를 향한 비아냥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23일 제주항공이 동종업체인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다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희망고문’으로 끝난 M&A(인수합병) 사례가 조명 받고 있습니다. 피인수 직원들 입장에서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과 고용불안 해소에 희망을 걸었는데, 상황이야 어찌됐든 결국에는 희망고문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제주항공 CI
제주항공 CI

제주항공은 23일 오전 7시 40분 이스타항공의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습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의사는 이미 지난 16일 나왔습니다. 제주항공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것입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조건은 이스타항공 직원 체불임금을 포함해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했고, 제주항공은 22일 밤 이스타항공에 공문을 보내 계약 해제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토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수뇌부를 최근까지 만나면서 중재를 해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반년 넘은 임금 체납에 이어 반납에까지 동의하며 인수를 기대했던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이 거리에 나앉게 됐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자력 회생 불능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을 보이지만, 기업회생보다는 청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자본잠식에 들어간 데다 지난 3월부터 모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이후 항공운항증명도 정지되면서 노선 운항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51.17%(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지면서 각종 비용의 책임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돈벌이(?)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꼴이 됐는데요. 결국은 사람보다는 돈을 선택한 결과가 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21일 제주항공을 거느린 애경그룹은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제2의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HDC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9.9% 늘어난 1조394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1012억원에서 적자(-329억원) 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 역시 709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331억원) 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2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1.7% 줄었고, 영업이익과 분기순이익은 각각 -638억원, -995억원으로 적자전환 했습니다.

호반건설 CI
호반건설 CI

M&A시장에서 치고 빠지기의 달인(?)은 호반건설로 꼽힙니다. 호반건설이 M&A에 뛰어들었다가 손을 뗀 대표적인 사례는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인수전으로, 각각 2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업계에 회자될 정도입니다.

대우건설 인수전은 2018년 1월 31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하면서 본격 시작됩니다.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한 것이 주효했는데요. 매각 대상 지분 50.75%(사모펀 KDB밸류 제6호 보유 지분) 중 주당 7700원에 지분 40%(1조2801억원)를 먼저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 인수방식이었습니다.

당시 이런 발표가 있자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라는 말이 돌았는데요. 당시 대우건설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은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건설사였고, 호반건설은 13위의 중견건설사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연결기준 대우건설은 2017년 11조7668억원인 반면 호반건설은 1조3104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산업은행은 2월 말 인수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여름께 매매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M&A 약속은 단 9일 만에 깨졌습니다. 2018년 2월 8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직전 해인 2017년 4분기 대우건설의 대규모 해외손실이 공개되면서입니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잠재손실 3000억원이 반영된 것입니다.

호반건설은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들었지만 M&A 시장에서 이른바 ‘간보기’를 했다는 비판에 휩싸이며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 진정성을 의심받았다”면서 “이를 증명하듯 호반은 자신의 이름을 홍보하는 덕을 톡톡히 보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우건설 역시 체면을 구겼습니다. 당시 업계 3위가 중견업체(13위)에 인수되려다가 퇴짜(?)를 맞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대우건설 노조는 “자존심이 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거쳐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후 현재까지 ‘주인 없는 건설업체’로 남아 있습니다.

호반건설은 앞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할 것은 2014년 말에 감지됐습니다. 호반건설은 2014년 11월 11~13일 금호산업 주식 6.16%(204만8000주)를 사들여,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의 지분율(5.30%)을 뛰어 넘었던 것입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식 매입을 단순한 투자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건설회사가 건설업이 주요 매출원인 금호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인데요.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금호리조트 등의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호산업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도 금호산업의 주식 매입 규모를 볼 때 단순한 투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당시 금호산업은 매각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호반건설은 이듬해인 2015년 2월 5일까지도 “금호산업 인수 관련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했습니다. 동시에 금호고속 인수설도 돌았으나 호반건설은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뺌도 20일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2월 25일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1차 매각은 실패했습니다. 4월 28일 본입찰에 단독참여했으나 채권단은 호반건설의 응찰액을 검토한 끝에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응찰가는 6007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채권단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9000억원 플러스알파의 매각가를 제시한 것에 턱없이 적은 금액인 것입니다.

앞서 3월 25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매수가격이 1조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라고 들었다”면서 “우리 현금동원력은 충분하다”고 했으나 사실은 달랐던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하면 호반아시아나 되는 건가”라며 주목했으나 결국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력을 얻을 수 있었던 호반건설의 ‘전국구 기업 도약’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금호산업 인수는 불발됐지만 세간에 ‘호반건설’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홍보는 효과는 톡톡히 봤다는 평가입니다. 그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자사의 탄탄한 자금력과 재무건전성을 공인시키는 효과도 거뒀습니다.

호반건설은 이 외에도 2017년 6월 SK증권 인수와 7월 블루버드CC 골프장 인수에는 본입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8월 매각이 추진된 한국종합기술 인수전에서는 본입찰에 참여하긴 했으나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에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숱한 인수전에서 불발에 그친 호반건설은 업계에서 “홍보를 참 잘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M&A는 돈입니다. 결국 M&A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돈이 있다는 증거고 또 홍보용으로도 활용해 회사를 알리는데 큰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피인수기업의 직원들은 생존권이 달린 피말리는 사건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호반건설이 올해 추진하는 IPO(기업공개)도 소식이 없어 ‘상장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반건설은 올해 3월 27일 1만원이었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 발행주식 수를 276만5696주에서 5531만3920주로 20배나 늘리는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액면분할을 마치자마자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받겠다며 IPO를 또 연기했고, 본사에 상주하던 미래에셋대우·KB증권·대신증권 등 주관사 인력도 철수시켰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라고 하지만 또 다시 M&A시장에서 이름만 알리고 빠지는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호반건설은 2018년부터 상장을 준비하고 지난해 상장한다는 계획이 올해로 연기됐지만 또 불발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호반건설에 10위 자리를 내준 SK건설은 상장 주관사 선정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호반건설의 실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4837억원, 영업이익 4218억원, 당기순이익 342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54.6%, 10.8%, 9.7%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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