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오뚜기·삼양, 라면 사줬더니 배당으로 ‘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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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뚜기·삼양, 라면 사줬더니 배당으로 ‘후루룩’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03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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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순익 줄어도 배당금은 231억원 동일… 기부금의 18배
오뚜기, 순이익 60% 올랐으나 기부금은 23%나 줄인 14억원
삼양식품, 현금배당금 60억원으로 2배 늘었으나 기부는 깜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산업계가 암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면서 미소를 숨긴 채 표정관리 모드에 들어간 라면업계. 이들의 '두 얼굴'은 수치로도 확인이 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격려금과 배당금, 그리고 기부금 내역인데요. 코로나19에 힘들어 하는 직원들에게 한턱 쏜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본지가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배당금도 역시 통 크게 쐈더군요. 물론 이익 부분에 대한 주주환원정책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배당금이 오너 또는 오너 일가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주주환원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너친화정책이 아닌지 의혹이 드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 내역에서는 형편이 없더군요. 라면업계 빅3가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라면 3사의 실적은 다른 업계가 부러울 정도로 크게 오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요.

농심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8% 오른 6877억원을 기록했고, 특히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배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67.7% 상승한 48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기부금은 고작 12억원6500만원에 그쳤습니다. 물론 전분기보다는 3배 늘어난 수치이지만 배당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쥐꼬리입니다. 지난해 농심이 지출한 배당금은 231억3000만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입니다. 기부금의 18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5.8% 줄었음에도 배당금은 동일하게 지출한 것입니다. 이에 따른 현금배당성향도 27.44%에서 32.58%로, 5.14% 늘었습니다.

결국 이익은 줄어도 배당금은 늘린 셈이 된 것인데요. 배당금은 대부분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농심의 지분율을 보면 농심홀딩스가 32.72%로 최대주주이며, 신춘호 회장(5.75%), 신 회장 부인인 김낙양 여사(0.54%),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64%) 그리고 율촌재단(4.84%) 등 특수관계인이 45.49%를 가지고 있습니다.

농심홀딩스는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42.92%)을 비롯해 김낙양(0.23%), 신동윤(13.18%), 신윤경(2.16%) 등 특수관계인 66.5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큰딸 서민정씨(0.28%)가 눈에 띕니다. 서경배 회장은 1990년 신춘호 회장의 막내 딸인 신윤경씨와 결혼하며 농심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결국 신춘호 회장은 외손녀에게 일부 지분을 나눠준 것입니다. 율촌재단은 신동익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분율에 따라 계산을 하면 신춘호 오너 일가가가 챙긴 배당금은 68억7000만입니다. 기부금의 5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오뚜기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8.1% 성장한 6455억원, 영업이익도 8.3% 오른 572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59.5% 오른 49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좋은 실적에도 오뚜기는 기부금을 되레 줄였습니다. 전년보다 23.3%나 줄인 14억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현금배당성향은 늘어납니다. 지난해 오뚜기가 배당금으로 지출한 현금은 254억4300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합니다. 문제는 당기순이익은 38%나 줄어든 상황에서 동일한 현금배당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성향도 전년 15.82%에서 25.18%로 늘었습니다. 9.36% 증가한 것입니다.

오뚜기의 이상한 배당정책은 2017~2018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2017년 당기순이익은 1312억7300원에서 2018년에는 1608억2900만원으로 22.5% 오릅니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도 235억7200만원에서 7.9% 증가한 254억4300만원을 지출합니다. 순이익이 늘어날 땐 배당금도 늘리더니, 순이익이 줄어도 배당금은 고수하는 이상한 배당정책인 것입니다.

이런 배당정책으로 오뚜기 오너 일가의 주머니는 두둑해집니다. 오뚜기 지분은 함영준 회장이 27.3%, 누나 함영림 3.2%, 여동생 함영혜 3.2%, 숙부 함창호 4.5%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챙긴 배당금은 97억2000만원입니다. 기부금의 무려 7배 수준입니다.

삼양식품은 1분기에 역대 분기 중 최고의 실적을 냅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9% 오른 1563억원, 영업이익은 73% 증가한 26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227억원으로, 무려 82.1%나 껑충 뜁니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기부금 항목은 보이지 않습니다. 삼양식품이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시작한 2013년부터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기부금 항목이 보이는 시기는 2018~2019년으로, 각각 1억5554만8000원, 7억1475만4000원이 전부입니다.

물론 삼양식품이 1분기에 사회공헌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1월에 2억6000만원 상당의 라면 등, 3월에 대구지역에 1억4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시 기준으로는 기부 내역이 없습니다.

오너 일가를 위한 배당은 풍성합니다. 2019년 현금배당으로 60억2600만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30억1300만원)의 2배입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70% 늘어났는데, 현금배당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것입니다. 이렇게 지출된 현금배당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었습니다.

삼양식품의 지분은 삼양내츄럴스가 33.2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전인장 회장(3.13%), 전 회장 부인인 김정수 전 사장(4.33%), 전 회장의 쌍둥이 동생 전인성(1.33%) 등 특수관계인이 46.64%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삼양내츄럴스 지분은 김정수 전 사장(42.2%)과 전인장 회장(21.0%) 부부가 63.2%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분율에 따라 오너 일가는 18억여원을 챙겼습니다.

이들 라면 3사는 당기순이익이 줄어도 현금배당성향은 오히려 높이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더 뛰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배당금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당금과 기부금 과연 어느 수준이 될지 주목됩니다.

한편 라면 3사는 5월과 6월에 걸쳐 전 직원들에게 코로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는데요. 삼양식품이 가장 빠른 5월 28일 30만원, 농심은 6월 17일 50만원, 오뚜기는 6월 23일 40만원(마일리지)을 지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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