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기업이라고?… 신성통상은 ‘염씨 가족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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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기업이라고?… 신성통상은 ‘염씨 가족회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14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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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순 회장 동생에 자녀·사위까지 근무… 아들 염상원은 지배 최정점
코로나19 시국에 당일해고·단체회식 논란까지… 정부 시책 비웃나?
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려운 속에서 직원들의 '당일 해고' 논란에 단체회식 등으로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는 기업이 SPA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인데요. 특히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원가절감 차원에서 대규모 직원을 당일 해고하는 와중에도 둘째 사위와 외아들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신성통상이 염태순 회장의 동생은 물론 모든 자녀와 사위까지 신성통상과 계열사에 포진해 있는 가족회사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신성통상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 신성통상의 지배구조를 파헤쳐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성통상은 염태순 회장의 일가가 장악하고 있는 철저한 가족회사로 밝혀졌습니다.

염태순 회장/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염태순 회장/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주목할 회사는 신성통상과 가나안, 에이션패션인데요. 신성통상은 1968년 의류 OEM사로 설립됐으며, 1983년 가방·텐트 OEM기업 가나안에 이어 1986년 폴햄을 운영하는 에이션패션을 설립한 후 2002년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신성통상을 인수하면서 자체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신성통상의 지분구조를 보면 가나안이 28.62%로 최대주주이며, 염태순(21.60%), 에이션패션(17.66%, 2월 24일부터 3월 23일까지 7차례에 걸쳐 2.36% 지분을 사들임) 등 특수관계인이 67.88%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나안은 염 회장의 외아들인 염상원씨가 82.4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염태순 회장(10%), 에이션패션(7.57%) 등 특수관계인이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회장(41.2%), 가나안(36.0%), 신성통상(22.7%) 기타(0.1%) 등 99.9%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염태순 회장의 외아들 염상원이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으면서 가나안을 통해 신성통상 등을 지배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염상원이 가나안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시점은 2009년입니다. 당시 21세로 대학생 신분으로 사내에서는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염상원씨는 지분 82.43%로 단숨에 가나안의 최대주주로 등극합니다.

이때 가나안의 발행주식 수가 2008년 38만주에서 2009년에 58만주로 늘립니다. 그러면서 염태순(71.08%), 허무영(11.58%), 서갑희(5.79%), 에이션패션(11.55%)의 지분이 각각 염태순(10%), 허무영·서갑희(0%), 에이션패션(7.57%)으로 동반 하락함과 동시에 염상원이 82.4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등극합니다.

염상원은 2009년 아버지로부터 가나안 주식(82.43%)을 증여받은 것인데요. 가나안의 2009년 자본총계가 300억원이니, 지분율로 따지면 247억원에 회사를 넘긴 것입니다. 당시 증여세 세율로 따지면 70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당시 신성통상의 주가는 90~110원대였고, 가나안이 가지고 있던 신성통상의 주식가치는 41억원 수준인데,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560억원 정도입니다. 11년 만에 520억원을 신성통상으로부터 번 셈입니다. 당시는 금융위기 시기로 저가에 팔고 차익을 거둬들이고…. 결국은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 된 것이죠.

신성통상과 계열사들은 오너일가가 막강한 지분을 가진 가족기업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은 물론, 이미 아들 염상원씨가 넘볼 수 없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경영권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염태순 회장의 동생인 염권준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염 회장의 장녀 염혜영씨는 신성통상의 계열사이자 ‘폴햄’을 운영하는 에이션패션의 부장, 차녀 염혜근씨는 탑텐 상품개발 차장으로 이미 근무 중인데 이어 외아들이자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염상원씨가 올해 1월 경영지원본부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세자녀가 모두 신성통상 관련 회사에 몸담고 있습니다. 셋째딸도 해외시장 개척부문에서 사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명확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첫째 사위 박희찬은 에이션패션의 대표로, 둘째 사위는 지난해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구매본부이사로 입사하는 등 염 회장의 자녀와 사위 모두가 이 회사에 재직 중입니다.

신성통상이 운영중인 브랜드
신성통상이 운영중인 브랜드

게다가 이사회도 오너가 장악하고 있는데요. 이사회 멤버인 상근 등기이사는 염태순 회장과 황대규 사장 그리고 감사와 사외이사 등 4명인데요. 사장과 사외이사는 회장(염태순)이 선임하기 때문에 측근을 선임하는 경우가 관례죠. 때문에 이사회도 무난한 운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 불매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하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11% 늘어난 5722억원, 영업이익도 80% 증가한 39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에서는 배당금도 챙깁니다. 가나안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165억7640만원, 에이션패션에서는 2018년에 77억6000만원 등 243억3640만원을 현금 배당했습니다.

막강한 지분율에 더해 무난한 이사회에 좋은 실적, 게다가 수백억원대 배당금까지, 가족회사가 지배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인 듯합니다.

하지만 최근 오너 일가는 회사의 주요 자리에 앉으면서도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앉게 만든데 이어 버스대절 단체회식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대란을 우려해 고용지원금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국기업 마케팅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기업에서 대놓고 해고를 하면서 정부의 시책마저 비웃고 있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의 경제흐름은 공생 공존의 경제민주주의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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