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살아야 대한민국 경제도 주식시장도 산다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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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살아야 대한민국 경제도 주식시장도 산다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5.07.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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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 훌쩍 넘었지만, 상법 개정만으론 역부족… ‘증시 고질병’ 말끔히 치유해야
/일러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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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고작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코스피는 어느새 종가 기준으로 3133.74포인트까지 훌쩍 올라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느라 급격히 풀린 과잉 유동성이 증시 주변에 넘쳐흐르던 2021년 9월 이후로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증시가 극도로 짧은 기간에 이토록 응집력이 강한 상승세를 분출하는 경우도 보기 드물다. 한국 증시는 대체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이 넘쳐흐르는 이벤트를 자양분 삼아 간헐적으로 활황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위로 힘차게 뛰어올랐지만, 국내 증시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견해가 분출하는 듯하다. 상법 개정만으로는 코스피 지수가 4000 혹은 5000포인트에 도달하기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난무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 말고도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도 눈에 띈다.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 제도 개선(소각 의무화) 등이 대표적이다.​

법과 제도 개선 말고도 한국 증시가 더 높은 위치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핵심 기업들이 제각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화끈하게 달아오른 지난 한 달여 기간을 제외한다면, 한국 증시는 대체로 선진국 증시에 비해 터무니없을 만큼 부진한 성과를 지속해 온 게 사실이다. 한국 증시의 장기간 연평균 수익률은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초라하다. 비단 코스피 지수만 부진한 게 아니라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두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미국 증시와는 비교조차 하기 민망할 만큼 부진하다. ​

아래 표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미국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같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비교해 본 자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들 12개 종목 합산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미미한가. 한국에서 공룡 취급을 받는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4%와 0.6%에 불과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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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넛형 그래프를 그려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더욱 쪼그라든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한국 증시에서 부동의 시가총액 1, 2위를 자랑하는 두 종목이 글로벌 무대에 서면 이 정도로 왜소해 보이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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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매그니피센트 7'을 포함한 시총 상위 10대 종목은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시장을 이끌다시피 질주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장기간 동안 탁월한 수익률을 자랑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배경이 바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초우량 기업들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톱10'을 차지하는 종목들의 장기간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력으로 투자하는 한국의 가여운 투자자들에게 절로 연민의 감정을 느낄 정도다. 당장 미국 증시에서 주가 상승률 최상위를 자랑하는 세 종목만 살펴보더라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2010년 연초 이후로 지난 주말까지만 따져도 ▲엔비디아 346배 ▲테슬라 198배 ▲브로드컴 145배의 주가 상승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간 고작 3.14배 상승했을 뿐이다. SK하이닉스는? 그나마 몹시 선전했다. 무려 13.86배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터줏대감인 삼성전자가 이토록 부진한데 어찌 코스피 지수의 흐름이 좋을 턱이 있겠는가.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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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대 종목과 삼성전자를 비교하는 작업은 자괴감을 불러일으킨다. 숫자들을 그래프로 변환시키면 더더욱 비참한 느낌이 든다. 엔비디아가 무려 346배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가 3.14배 상승에 그쳤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SK하이닉스의 놀라운 활약마저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은 아찔한 생각도 든다. 2010년 이후 15년 6개월 동안에 SK하이닉스는 구글,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 등을 앞섰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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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시총 톱10 종목들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5년 6개월 동안의 주가 변화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총 12개 종목 가운데 압도적인 성과를 보인 6종목은 엔비디아 > 테슬라 > 브로드컴 > 아마존 > 애플 > 메타 순이다. 이들 빅6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나머지 6개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 SK하이닉스 > 구글 > 버크셔 해서웨이 > JP 모건 > 삼성전자 순이다. 이들을 두 그룹으로 따로 분리해서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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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빅6'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동시에 나타낸 그림은 다음과 같다. 이 그래프에서도 삼성전자는 어김없이 맨 아래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여름 이후로 눈에 띄게 축 처진 주가 흐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비슷비슷한 기업들이 다들 한결같이 우상향하는 데 반해 유독 삼성전자만 이렇게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벼락같은 외침이 불현듯 그리워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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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파죽지세로 30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지만 한국 증시가 좀 더 위쪽으로 도약하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 당장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빅테크 종목들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비교해 보더라도 답답한 느낌부터 앞선다. 삼성전자를 몹시도 애호하는 동학 개미들 사이에 은연중에 퍼져 있는 푸념 한 가지는 이렇다고 전해진다. '내가 미국에서만 태어났더라도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계속 살고 있는 투자자라면 엔비디아·테슬라·브로드컴을 모두 외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게다. 이들을 제쳐두고 굳이 삼성전자에만 투자한 사람들이 요즘처럼 속앓이를 심하게 하는 때도 드물지 싶다. 한때 삼성전자가 죽어야 한국 경제가 산다는 슬로건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삼성전자가 살아야 한국 경제도 살고 한국 증시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

참고로, 15년 반 동안에만 100배 이상 상승한 세 종목의 주가 차트를 덧붙여 놓는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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