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과 거의 정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엇갈리는 투자 성향을 보여온 집단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올해 개인 순매수 톱10 종목의 상당수가 외국인 순매도 톱10 종목과 겹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누가 일부러 시킨 것도 아닐 텐데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도와주는 매매 패턴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떼려야 뗄 수도 없는 '고약한 악습'이 아니고 무엇인가. 개인투자자들이 이토록 고약한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참으로 고민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순매수 상위 10종목에 6조7136억원을 투자했는데, 그 가운데 삼성SDI, 현대차, LG전자 세 종목에만 45.4%에 해당하는 3조468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 종목은 아직까지도 전년 말보다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이쯤 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주요 종목들의 리스트와 수익률은 보나 마나 뻔하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열심히 끌어모은 주식들(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건설)을 가장 열심히 내다 팔았다.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들의 수익률은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종목들보다 훨씬 양호하다. 이러니 물 반 고기 반인 물 좋은 시장에서도 첨벙대기만 하고 굵직굵직한 대어들은 내주고 잔챙이들만 열심히 잡아들이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는 어떨까 궁금하다. 기관들은 대체로 외국인 투자자들보다는 성과가 부진하고 개인투자자들보다는 훨씬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종목들 가운데 무려 6개 종목이 금융주인 대목은 몹시 이채롭다. 최근에 일부 증권사에서 가파르게 치솟은 은행업종 주식들에 대해 한꺼번에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는 모습도 등장한 만큼, 기관투자자들이 금융주에 대한 집중 투자를 언제까지 지속할지 궁금하다.
기관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수익률이 매우 좋은 종목들과 부진한 종목들이 골고루 뒤섞여 있는 듯하다. 외국인들이 올해 집중적으로 사들인 대표적인 종목인 삼양식품과 LIG넥스원을 기관들이 적극 매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여름 불볕더위만큼이나 뜨거운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투자 주체는 단연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그들이 집중적으로 순 매수한 종목들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이후 주가 흐름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두 배 혹은 세 배 이상 꾸준히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주마가편 식으로 달리는 말에서 좀처럼 성급하게 뛰어내릴 마음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내다 판 종목들은 한화오션과 신한지주를 제외하면 대체로 수익률이 부진한 편이다. 순매도 톱10 종목 가운데 무려 여덟 종목이 코스피 상승률보다 부진한 걸 보면 외국인들의 선구안이 그만큼 좋았던 셈이다.
올해 한국 증시가 전세계에서 가장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투자자별 혹은 종목별 투자수익률은 제각각 천차만별로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체로 시장이 크게 상승할수록 종목별 주가 흐름에서도 '창조적인 파괴'가 더 자주 관찰된다. 만년 저평가된 주식들이 오래도록 바닥권을 헤매다가 크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좀 더 긴 호흡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대세 상승기에는 대체로 Buy&Hold 전략이 가장 유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