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문외한’ 서영재 앉힌 DL이앤씨, 실적 부진 주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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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외한’ 서영재 앉힌 DL이앤씨, 실적 부진 주범은?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4.0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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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책성 인사에 또 LG전자 출신 대표 내정, 3년간 영업익 감소율 67.4%
“주택 부문 살아야 자금 숨통 트이고 신사업 가능한데…” 업계서도 우려
이해욱 DL그룹 회장(왼쪽)과 서영재 DL이앤씨 대표 내정자. /사진=DL이앤씨
이해욱 DL그룹 회장(왼쪽)과 서영재 DL이앤씨 대표 내정자.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의 새 수장에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서 내정자는 다음 달 1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입니다.

전임 마창민 대표가 지난달 말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사표를 제출하자 빠르게 그 자리를 채우는 모습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서영재 내정자가 또 LG전자 출신으로 건설엔 문외한이라는 점입니다. 마 대표가 물러날 당시 시중의 예상은 이번엔 건설통의 내부 인사 승진을 점쳤습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마 전 대표의 전문성 결여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 전 대표가 물러날 당시 상무·전무 등 임원급 10여명도 같이 계약 해지된 점으로 미루어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주류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LG전자 출신의 ‘비(非) 건설인’을 고집하는 모습입니다. DL이 인적분할 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를 맡았던 배원복 DL 부회장, 마 전 대표에 이은 3번째입니다. 업계에선 “이해욱 회장의 LG 사랑이 차고 넘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회장은 LG 그룹 출신 특히 ‘전략기획통’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마 전 대표는 마케팅 전략기획 업무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었고, 서영재 내정자도 DL이앤씨로 이직하기 직전 3년 동안 LG전자 CSO부문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장을 맡는 등 전략기획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DL이엔씨의 수장 교체에 대해 업계는 매우 우려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과거 3년간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는 듯해서입니다. DL이앤씨는 2021년 인적분할 및 사명 변경 후 3년간 주택부문 비중은 줄이고, 플랜트와 친환경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했죠. 그러나 DL이앤씨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2021년 6797억원 △2022년 4026억원 △2023년 2218억원으로 3년 새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부동산 침체 등으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긴 했지만, 다른 대형 건설사들과 비교해 보면 DL이앤씨 부진이 유독 눈에 띕니다. DL이앤씨의 최근 3년 동안 영업이익 감소율은 평균 67.4%로 비슷한 규모인 대우건설(32.6%) 포스코이앤씨(58.4%) 등보다 2배가 넘게 빠졌습니다. 이는 주택부문 부진을 신사업과 해외시장에서 만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이 기간 DL이앤씨의 해외시장 메가프로젝트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서 내정자가 실적개선을 통해 ‘비 건설인’ 리더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야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DL이앤씨는 이번 서 대표 내정에 대해 “인적분할 4년차를 맞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라며 “서 내정자가 경영 전반의 풍부한 경력과 사업가로서 성공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DL이앤씨의 발등의 불은 실적 회복입니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주택부문의 부활로 보입니다. 주택이 살아야 현금이 돌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 여력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해욱 회장의 이번 결정이 ‘고집’이 될지 아니면 ‘뚝심’이 될지 국내 건설회사 1호 DL이앤씨의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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