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와 정의선 회장의 ‘주주 이해 상충’ 개연성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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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나믹스와 정의선 회장의 ‘주주 이해 상충’ 개연성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3.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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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대부분 언론이 사회적 현상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한다. 인간은 출현 이후 수만 년 동안 자연 적응 과정에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부정적 신호에 먼저 반응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잘한다’라는 긍정적 메시지보다는 ‘잘 못한다’ 또는 ‘나쁘다’ 등의 부정적 뉴스에 관심을 보이므로 대부분 언론은 대중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먼저 찾아 알리려고 애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업성이 강조되면서 일부 언론은 상습적으로 ‘취모멱자’(吹毛覓疵)하는 집단으로 변질되는 듯하다. 이 말은 한비자에 기술한 고사성어로 ‘털을 입으로 불어 작은 흠을 찾아내려 한다’라는 뜻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모해(謀害)와 무함(誣陷)으로 남을 해칠 의도가 취모멱자 행태의 배경이라 하겠다.

자료 1. /출처=한국신용평가, 현대자동차그룹
자료 1. /출처=한국신용평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이적 실적을 거두었고 올해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와 기아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동시에 상향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상향 평가 사유를 설명하는 세미나를 별도로 열기도 했다. 세미나는 현대차·기아 실적이 일시적 호황(peak-out)인지 구조적 개선(level-up)인지를 검토했는데, 결론은 후자였다. 한신평의 주요 논리는 제품경쟁력 및 브랜드 인지도 향상으로 글로벌 시장지위 제고, 우수한 이익 창출력, 우수한 재무안정성 등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의 수종 사업과 관련된 해외투자의 계속되는 적자를 놓고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일부 언론이 계속하고 있다. 이들 언론이 문제시하는 해외투자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이다. 그러나 단순 적자를 트집 잡는 것은 전형적인 취모멱자다.

자료 2. /출처=현대자동차그룹 및 각사 사업보고서
자료 2. /출처=현대자동차그룹 및 각사 사업보고서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부터 미래 수종 사업으로 자율주행, 신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을 선정하고 있다. 또한 그룹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는 2023 사업보고서에서 수종 사업과 관련한 주요 계약을 소개하고 있는데, 자율주행과 관련한 합작법인인 모셔널(Motional AD LLC, 2020년 3월), 미래 항공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를 추진하는 미국 현지법인 슈퍼널(Supernal, LLC, 2021년 2월), 로봇 개발 전문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Inc)와 보스턴다이나믹스 AI연구소((Boston Dynamics AI Institute) 등이다.

자료 3. /출처=각사 사업보고서
자료 3. /출처=각사 사업보고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개 사업의 최초 투자액은 약 4조8000억원으로 집계할 수 있고, 3년 동안 장부가액 증가는 약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취모멱자하려는 일부 언론 얘기대로 이들 사업은 연구개발 단계의 수종 산업이므로 손실을 계속 낳고 있다. 손익은 기간 개념의 회계자료이므로 3개 사업의 최근 3년 누계 손실을 확인하면 약 1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손실은 약 5조원으로 3년 손실 누계의 절반에 이른다. 적지 않은 손실에 언론이 기함할 수 있고, 해외투자 실패 운운할 수 있다. 특히 장부가액 증가 2조원도 사실상 연구개발비용이 틀림이 없다. 연구개발비 중 일부를 자산으로 인식하여 회계 처리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3년 누계 연구개발 비용은 총 12조원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자료 4. /출처=각사 사업보고서
자료 4. /출처=각사 사업보고서

경제는 상대적인 개념이 중요하다. 3개 기업 투자에 참여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3개 회사의 연구개발비용은 3년 누계로 21조원이었다. 이 수치는 각사가 손실로 반영한 수치이며, 이들 3개 사업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연구개발비의 대략 2분의 1을 집중하여 사용했다. 높은 연구개발비 비중으로 볼 때 이들 3개 해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종 사업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들 연구개발비용은 매출액의 2.5% 내외로 재무 건전성에 물의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

자료 5. /출처=한국신용평가
자료 5. /출처=한국신용평가

한신평은 등급 전망 상향의 주요 논리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들었다. 그룹의 주요 자금 창출원인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말 보유 순현금은 32조5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약 25조원 수준이며, 영업 이익률은 10.7%에 이르러 매출액의 2.5% 수준인 R&D 비중은 감당하고도 여유가 있다. 앞으로 2년간 투자가 집중될 예정이나 보유 현금과 벌어들일 돈의 규모를 생각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투자와 연구개발비는 재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신평은 평가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해외투자 실패는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취모멱자라는 판단이다.

자료 6. /출처=각사 홈페이지
자료 6. /출처=각사 홈페이지

현대자동차그룹의 홍보영상을 보면 개를 닮은 로봇이 첫 장면에 등장한다. 바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주력 제품인 사족 로봇 ‘SPOT’이다. 그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 사업에 진심이다. 그 중심에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있고 로봇 기술 추세가 AI 기술과 합체를 요구하자, 보스턴다이나믹스 AI를 2022년 설립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80%를 인수했고, 이를 현물 출자하여 설립한 SPC가 바로 HMG GLOBAL, LLC이다. 외신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총인수 금액은 11억달러에 이르며, 정의선 회장도 사재로 20%를 인수했다. 2025년까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상장하지 못할 때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뱅크 지분을 인수하기로 주주 간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 2024년에 들어서자, 이 주주 간 계약이 임박했다며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정 회장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일부 언론은 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2021년 현대자동차 인수 금액이 약 11억달러이므로 소프트뱅크 20% 지분에 해당하는 약 2억7500만달러를 최근 환율(달러당 1342원)로 환산하면 약 3700억원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32조5000억원 현금 보유 규모로 볼 때 추가 인수는 전혀 재무상 위험이 되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결국 또 다른 취모멱자에 불과하다.

자료 7. /출처=각사 사업보고서
자료 7. /출처=각사 사업보고서

필자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공격적인 투자가 일반 주주와 이해 상충할 개연성이다. 공격적인 투자 결과는 주주환원의 기본 재원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의 당기순이익 비율은 지주사 격으로 정 회장이 지분을 늘려야 하는 현대모비스가 46.6%로 상당히 높다. 이는 당연히 현대모비스의 주가를 제한할 수 있다. 또한 보스턴다이나믹스 관련 연구개발비용 증가는 법인인 현대자동차그룹 회계에는 반영되지만, 정 회장 개인 지분에는 영향이 없다. 내년까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상장에 실패할 때 현대자동차그룹만 추가 지분 인수에 참여하면 정 회장 개인 지분은 지분율이 희석되지만, 주주 계약의 추가 재무 부담이 없다. 또한 미래 상장 후 자산으로 인식된 개발비가 주가에 장부 가치로 인정하는 때(상장) 정 회장은 상당한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미실현한 미래 얘기이지만, 적어도 현대자동차그룹 성장을 위한 투자와 정 회장의 이해가 일치하고, IPO 등 성공이 가져오는 최종 이익은 정 회장이 더 클 것임은 사실이다. 이것이 주주 이익과 정 회장의 이해가 상충할 개연성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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