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금지 53일째 ‘공매도 찬반론자’ 승자는 누구일까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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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금지 53일째 ‘공매도 찬반론자’ 승자는 누구일까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2.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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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그 이후 (상)

올해 투자자들이 금융 당국에 가장 큰 불만을 호소했던 문제 가운데 하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려온 ‘불법 공매도’ 문제였다. 크리스마스 연휴 막바지에 금융위원회로부터 흘러나온 뉴스만 살펴보더라도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얼마만큼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이번에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 부과된 과징금만 하더라도 역대 최대 규모인 265억원에 이를 정도다. 그들이 장기간에 걸쳐 일상적으로 저지른 불법 공매도로 인해 일반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는 과연 무슨 수로 보상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향후 검찰의 수사와 행정 소송이 뒤따르겠지만, ‘한국형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고쳐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 당국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매도 제도를 두고 심지어 전면 재개를 저울질하다가 지난달 6일 전격적으로 금지했다. 불법적인 공매도 때문에 자본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 훨씬 이전부터 ‘공매도 금지’를 두고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공매도 금지를 반대하는 입장에 섰던 전문가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첫째, 공매도 금지는 전 세계 자본시장의 보편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다. 둘째, 공매도 금지에 따른 자금 운용상의 제약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 셋째, 한국 증시 고유의 불확실성 노출 등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늦어질 우려가 크다. 이와 반대로, 공매도 금지를 대체로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보다 뚜렷했다. 무엇보다도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빈발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므로 그것부터 당장 막아달라는 주장이었다. 일반인과 기관·외국인에게 차등 적용하는 증거금률과 상환기간 등도 불만이었다. 금융정책 당국에서도 현행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 이후 증권시장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우선,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효과는 예상보다 그리 크지는 않았다는 점이 뚜렷이 드러났다. 물론 공매도 금지 첫날의 열광적인 반응조차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공매도 숏커버에 따른 폭등세는 불과 며칠 만에 일찌감치 사그라들고 말았다.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되고 나자, 시장의 관심은 ‘일시적인 수급 문제’보다는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변화시킬 근본적인 문제들로 재빨리 옮겨가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정책, 물가 상승률, 기업 실적 개선 가능성 등등이 훨씬 더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공매도 금지 조치’ 때문에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는 전망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엉터리 전망임이 금세 판명되었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투자 주체별 순매수 동향만 살펴봐도 그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개인투자자들이 10조1800억원을 내다 파는 동안 외국인들은 무려 6조4805억원을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도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4조5623억원을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의 순매수 흐름은 공매도 금지 이후 특정 시점에 집중된 게 아니라 최근까지 꾸준하게 이어지는 지속적인 흐름이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일시적인 수급의 변화보다는 증시를 둘러싼 제반 투자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로 판단된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이후 공매도 잔액(잔고)은 과연 얼마만큼 줄어들었을까? 지난달 6일 기준으로 19조2133억원에 달하던 공매도 잔액은 이번 달 20일 기준으로 14조1416억원으로 감소했다. 대략 4분의 1 정도가 줄어든 셈인데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잔액 감소율이 코스닥 시장 대비 두 배에 가깝다. 일평균으로 따져보면 1153억원쯤 줄어든 셈인데, 14조1416억원에 달하는 공매도 잔액이 과거에 경험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직전’ 수준(2021년 4월 30,일 6조851억원)까지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내년 6월 말까지 대략 8조원 이상 추가로 공매도 잔액 감소가 이어질 듯하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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