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제과 이익이 상상의 숫자 ‘1경’, 사실 확인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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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 이익이 상상의 숫자 ‘1경’, 사실 확인해 보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3.2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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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8경, 영업 및 순이익은 각각 1경원… 삼성 영업이익의 300배
“사업보고서의 단위를 ‘원’이 아닌 ‘백만원’으로 잘못 기입한 실수”
누리꾼 “크라운 덕에 전국민 세금 면제해줘도 되겠다” 비아냥
크라운제과 이익이 상상의 숫자로만 알려진 경 단위를 기록했다고 공시해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는 단위를 잘못 기입한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사진=크라운제과 홈페이지
크라운제과 이익이 상상의 숫자로만 알려진 경 단위를 기록했다고 공시해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는 단위를 잘못 기입한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사진=크라운제과 홈페이지

지난 1월 27일 코스피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기업 IPO 사상 최초로 ‘경’(京:조의 1만배) 단위의 주문을 받아 화제가 됐죠. LG에너지솔루션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받은 주문 금액은 총 1경5203조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에서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1경원’을 훌쩍 넘는 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한 기업이 나와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크라운제과’입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을 공시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1경5876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매출액은 38경1212조원, 순이익은 1경3098조원이라고 공시해 모두 경 단위의 실적을 올렸다고 알렸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순이익이 경 단위를 기록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입니다. 경 단위의 실적은 현재 지구상에서는 기록한 적이 없는 ‘상상의 숫자’로만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79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51조6000억원, 당기순이익은 40조원입니다. 크라운제과의 경 단위 실적이 사실이라면 이는 삼성전자보다 매출액은 135배, 영업이익은 300배, 순이익은 325배 많은 수준입니다.

크라운제과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사업보고서.
크라운제과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사업보고서.

하지만 크라운제과의 공시는 오류였습니다. 단위를 잘못 기재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는데요. 재무제표상 단위를 ‘원’이 아닌 ‘백만원’으로 잘못 기입한 공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크라운제과는 첫 공시 이후 7일이 지난 23일 오후 늦게 정정공시를 통해 공시 실수를 시인했습니다. 사업보고서상에 공시한 재무제표상의 모든 단위가 백만원이 아닌 원이라면서 단위를 착오로 기입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크라운제과 측은 뒤늦게 “사업보고서 내 단위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면서 “곧바로 잘못된 단위를 수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원 단위로 정정하면 크라운제과의 실적은 매출 3812억, 영업이익 158억, 순이익 131억원입니다.

한국거래소 측은 크라운제과의 이번 공시 실수는 공시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안으로 보고 별도 제재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기준은 ▲주요경영사항 등을 공시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 ▲주요경영사항 등을 거짓으로 또는 잘못 공시한 경우 ▲확인절차 면제 공시에 대한 거래소 정정요구에도 정정시한까지 정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문제는 크라운제과 측이 공시 실수를 1주일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처럼 크라운제과의 어처구니없는 공시 실수는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영업익이 1경이 넘으니 시총은 20경은 되는 세계 1위 기업이 과자 팔아 가능하다니 눈물이 나는군요” “우리나라 예산 든든하네. 크라운 덕에 전국민 세금 면제해줘도 되겠다” “유대인에게 로스차일드가 있다면 한국인에게는 크라운제과가 있다” “이야 애플보다 큰회사였네” “세금 잘 걷으세요. 여차하면 천년동안 쓸 예산 나오겠다” 등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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