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미등기 임원은 왜 지분을 공시했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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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미등기 임원은 왜 지분을 공시했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0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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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1일자로 인사 발령이 난 카카오 미등기 임원 8명 가운데 권대열 CRO를 제외한 7명은 지난 6일 각각의 소유주식 상황을 보고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1일자로 인사 발령이 난 카카오 미등기 임원 8명 가운데 권대열 CRO를 제외한 7명은 지난 6일 각각의 소유주식 상황을 보고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홍은택 커머스CIC 대표이사 보통주 2만5000주,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 2만50주….’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같은 회사 이름의 보고서 일곱 장이 올라옵니다. 보고서 이름도 모두 똑같은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다만 제출인은 각각 다른 홍은택, 정의정, 이성호, 배재현, 김택수, 김연지, 강형석. 이날 카카오 미등기 임원들이 지분공시에 나선 것입니다. 카카오는 앞서 지난 1일 처음으로 임원 직급을 도입했습니다.

‘지분공시’. 상장회사가 주식 등 지배권 변동과 관련한 정보를 주주나 이해관계자에게 빨리 알리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회사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차단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함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이 같은 지분공시 의무를 어기는 사례가 잦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8일 금감원이 내놓은 주요 지분공시 위반 유형은 ▲대량보유자의 장외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에 따른 보고 위반 ▲CB콜옵션 계약 체결에 따른 보고 위반 ▲민법상 조합의 대량보유 보고 시 조합원 연명 보고 누락 ▲대량보유자의 담보계약 체결에 따른 보고 위반 ▲보고 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오인한 소유주식 보고 위반 ▲보유비율의 계산오류 및 증빙서류 미비입니다.

8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주요 지분공시 위반 유형. /자료=금융감독원
8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주요 지분공시 위반 유형. /자료=금융감독원

먼저 상장사 주식 대량보유자가 장외에서 발행주식 등 총수의 1% 이상 양수도계약을 맺을 경우, 지배권의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주요계약’입니다. 따라서 주식을 넘기기 전이라도 ‘계약체결일’에 보고의무가 발생합니다. 전환사채(CB) 보유자 역시 ‘1% 이상’ 콜옵션 계약을 체결할 때 기한 안에 보고해야 합니다.

가장 잦은 실수 가운데 하나는 민법상 조합의 경우 조합 명의로만 보고하는 것입니다. 이는 보고 누락으로, 주식 공동보유자인 모든 조합원을 연명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또 주식 대량보유자는 담보계약을 맺거나 계약이 변경된 때에도 보고의무가 발생합니다. 이미 보고한 담보계약이 끝나 기존 조건과 똑같이 갱신됐다 하더라도 ‘(계약)기간’의 변경을 보고해야 합니다.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관련 사채의 권리행사를 통해 주식을 취득한 경우입니다. 주식배당, 무상신주 취득, 주식의 분할 또는 병합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소유주식 보고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경우에는 변동이 있었던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보고를 마쳐야 합니다.

끝으로 보유 비율 계산의 오류입니다.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 때 보유 비율은 보고 시점이 아닌 ‘보고의무 발생’ 시점의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발행주식 총수에는 자사주, 의결권 있는 우선주, 의결권이 부활한 무의결권 우선주를 포함합니다. 아울러 보고 사유 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거나, 일부만 발췌한 자료를 첨부해서는 안 됩니다.

지분공시 때 보유비율을 잘못 계산하는 경우도 잦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분공시 때 보유비율을 잘못 계산하는 경우도 잦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상장회사의 임원은 미등기라 할지라도 본인이 보유한 자사 주식에 대해 수시 공시 의무를 갖습니다. 지난 6일 카카오의 미등기 임원 7인의 지분공시도 이에 따른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업보고서 등 정기 공시에서도 이들의 현황과 경력, 보유주식 수, 미등기 임원 전체의 임금 평균치 등이 따로 공개됩니다.

카카오는 지난 1일자로 미등기 임원 8명을 발령했습니다. ▲홍은택 커머스CIC 대표 ▲권대열 최고관계책임자(CRO)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CTO)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성호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택수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 ▲강형석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김연지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등입니다.

카카오는 2006년 설립 때부터 직급을 없애고 모두가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등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유명합니다. 상법상 필수 임원(등기 및 사외이사) 7명을 빼고 미등기 임원을 두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플랫폼 독점으로 바깥으로부터 공세가 이어지자 부문별로 책임을 질 임원 직급을 두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카카오처럼 큰 기업은 당연히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 어제(7일)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어서 “다만 플랫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많은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1999년 창업 당시의 김범수가 떠오릅니다. 지금 소상공인과 택시, 대리운전 기사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것도 ‘카카오의 초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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