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울리는 파월, 버핏 비웃는 동학개미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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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울리는 파월, 버핏 비웃는 동학개미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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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 문제는 답하지 않겠다. 그냥 말하지 않겠다.”

2019년 3월 29일,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곤란한 질문을 받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몰아내려는 의도가 있느냐?”. 트럼프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파월이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에겐 다음해 대통령선거일까지 경제가 잘 굴러가야 하는 절박함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CNBC 뉴스영상 갈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CNBC 뉴스영상 갈무리

“새로운 얘기는 하나도 없었다. 단지 공포를 확인시켜줬을 뿐.”

2020년 5월 13일, 미국 캐피톨증권운용 켄트 엔겔케 수석전략가는 파월 의장의 화상연설에 대해 평가합니다. “모두가 두려움과 충격에 빠졌다”. 파월은 이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오랜 경기침체에 대비해 모든 정책도구를 동원하겠다”라며 ‘마이너스금리 불가’를 재확인합니다. ‘세계경제 대통령’의 비관과 함께 V자 반등 기대가 깨지는 순간입니다.

‘동학개미’.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으로,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을 이르는 네 글자입니다.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지속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동학개미들이 미국 항공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종목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마저 ‘손절’한 것으로 투자 유의가 요구됩니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해외주식투자 순매수 상위 종목 6~7위에 델타항공(310억원)과 보잉(303억원)이 올랐습니다. 델타항공은 미국 대표 항공기업이며, 보잉은 항공기 제조 기업입니다. 두 기업은 지난 3월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델타는 주당 46.13달러에서 19.10달러로, 보잉은 275.11달러에서 89달러로 폭락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때부터 델타항공과 보잉을 쇼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종목은 2월까지 해외주식투자 상위 종목에 오르지 않았으나 3월에는 11위(순매수 규모 3183만달러), 8위(5024만달러)에 올랐고, 4월에는 6위(7975만달러), 11위(5898만달러)를 기록하며 인기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CEO도 포기한 종목이란 점입니다. 버핏은 지난 2일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지난달 초 델타항공의 주식을 손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3월초 델타항공의 주식이 하락하자 주당 46달러에 97만주를 매수한 바 있습니다.

버핏은 주총 당시 “항공주를 살 때는 항공산업 전반에 투자할 매력적인 여건이 형성됐다고 생각했다”라며 “코로나로 탑승객이 늘어나지 않는데다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너무 많이 갖고 있다”라며 손해를 보고 판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델타항공과 보잉은 미국 경제 상황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종목입니다. 파월 의장의 장기침체 전망이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워런 버핏 공식 트위터.
워런 버핏 공식 트위터.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동학개미’ 표현부터 잘못 됐다며 비관전망에 목소리를 보태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합니다.

“왜 굳이 실패한 운동을 이름으로 붙였을까” “동학농민운동 최후는 전멸 아닌가?ㅎ” “개미핥기한테 먹힌다. 조심해라” “지금 주식시장은 코로나 초기 폭락의 긴장감마저 사라진 상황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외인은 수천억의 매도를 던지고 기관의 매도세마저 개미들이 다 받아내고 있습니다. 고용 산업 수출입 등 예상 가능한 악재는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그 반영수준이 코로나이전 90%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개미들이 주가를 부풀리니 외인과 기관은 매도량을 더 크게 잡고 마음 놓고 던지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투자경험이 일천하고 노하우도 적은 개미들은 조금만 시장이 흔들려도 패닉에 빠질 수 있습니다. 모든 개미들은 투자에 유의하시길”.

동학개미와 과거의 개미는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10년 묵힐 생각으로 100만원어치만 넣었습니다 분산투자 및 여유자금으로만 투자하기를 생활화 중입니다” “코로나사태 때 버핏은 손절하고 동학개미들은 익절했다~ 20세기의 개미와 첨단정보로 무장한 21세기의 개미는 다르다. 동학개미들을 우습게 보지마라~ 또 승리한다~~!!” “버핏도 늙었지 ~ 감 따다 감 떨어진 거지”.

오늘의 ‘베댓’입니다.

“개미들 이미 부도 일보직전이라 주식 못한다. 니들이 말하는 동학운동하는 개미들은 나름 건물주나 기업간부, 은행 직원들일 것이다. 일반 회사원들이나 소상공인들 동학운동 한답시고 부추기지 마. 돈 없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외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잔액이 지난달 기준 140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한달 사이 7조원 이상 외국인 자금이 밀려든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팔자’ 기조와 달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강력한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Bye’ Korea와 ‘Buy’ Korea의 톱니바퀴 속에 대한민국 경제는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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