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와 집값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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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 페라리’와 집값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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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나는 누구인가? 도입부의 황홀한 내레이션은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재촉한다. “tell me now”.

그녀의 눈빛에서 새어나오는 물음은 불붙은 정념이 자아와 충돌할 때 멈추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고 떠오르는 순간, 아니면 뿌리치지 못한 이념에 사로잡혀 추락 직전에 경험하기도 한다.

차체가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은 개인의 욕동이 사회적 규범의 체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여러 주택가격 억제정책이 가동됐음에도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수수께끼였다.

지금 와서 더 명백해진 것은 시장이 유기적이라는 것이다. 2008년 이후 헬리콥터가 돈을 뿌리듯 넘쳐난 유동성은 주식시장, 부동산, 은행 중 어느 포트폴리오 속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기업의 투자 대신 수혜적인 보조금으로 가계 소비 여력을 늘려 경기를 진작한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결국 돈을 주식시장 대신 부동산으로 갈 수밖에 없이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의 양도차익을 동일한 자본이득(capital gain)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둘 다 모두를 단순하게 불로소득으로 백안시할 경우, 노무현정부의 주택가격 억제책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이명박정부의 친기업정책 속에서 비로소 효과(물론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해도 됨)를 보는 ‘진보정권의 정책효과 지체’를 다시금 겪게 될 것이다.

신중론자들은 이렇게 권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들은 충분히 강력하니, 부동산가격을 직접 통제하려다 불의의 외부효과에 당황하지 말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여 젊은이들이 20년 뒤를 내다보며 달릴 수 있게 만들라고.

그렇게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이고 부동산시장은 이미 수년간 학습된 30·40대의 불안감이 해소되는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다.

극중에 나오는 아이아코카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상징적이다. 미국의 자동차시장이 일본 메이커들에게 거의 붕괴된 시점에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의 CEO가 되어 냉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공급과잉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만든 것은 정부의 보조금이다. 그렇게 90년대의 리엔지니어링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7000RPM 어딘가에 그런 지점이 있어 차체가 흔들리고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그 순간 질문 하나를 던지지.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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