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조사도 거짓 보고 의심… 비양심·이율배반적 행태에 비난 봇물
대우건설이 충남 당진에서 시공한 푸르지오 아파트의 천장 마감재로 사용된 목재에서 피어난 곰팡이가 잇따라 방송 전파를 타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처음 감리업체가 이를 발견해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시공사 측이 계속 묵살했고 지자체의 공사 중지 명령을 받고 나서야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공사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가 짓는 고급 브랜드 아파트가 불량 자재를 사용한 것도 문제이지만, 입주민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큰 ‘곰팡이 각재’를 확인하고도 이를 방치한 채 공사를 밀어붙인 비양심적인 처사에 공분을 터트린 것입니다.
특히 감리단에서 이를 지적하고 9차례나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번번이 무시한데다 자체 조사마저 거짓 보고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다수의 지상파 보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당진시 송악읍에 시공 중인 푸르지오 3차 공사 현장에서 석고 마감재 아래 숨겨진 목재에서 곰팡이가 다량으로 발견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콘크리트 부분에도 곰팡이 포자가 붙어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로 인해 예비 입주자들이 우려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감리단장과 동행하며 보여준 화면은 충격적입니다. 전체 667세대 중 39세대에서 곰팡이가 확인됐고, 천장에서 각재를 떼어내자 각재 전체에 하얀 포자가 덮여 있는 모습이 화면을 채웠습니다. 이런 상태로 시공하면 집안 곳곳으로 곰팡이가 번질 수 있고, 입주민의 호흡기와 피부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감리업체는 지난 2월 비에 젖은 각재에서 곰팡이를 처음 발견한 이후 시공사에 9차례나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공사가 문제 없다며 마감 공사한 집을 보여줬는데, 이 중 임의로 선택해 천장을 뜯어내자 곰팡이 낀 각재가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슬그머니 은폐하려다 현장에서 들킨 셈입니다. 감리업체는 이를 지자체에 알렸고, 지난 1일 결국 부분 공정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대우건설은 감리업체의 수차례 시정명령에 자체 조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거짓이었던 겁니다.
결국 시공사 측은 아파트 전체 667세대의 천장을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시공사는 “고객 만족 차원에서라도 재시공을 하는 게 맞다”며 현재 재시공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9월 입주 예정일까지 모든 시공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하청업체가 천장 마감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전반적인 하자에 대한 책임은 시공업체가 짊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 하자가 발견됐을 때 시공사가 화끈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한두 푼하는 생활용품도 아니고, 수억원대에 달하는 집을 짓는데 말입니다. 누군가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첫 집을 장만하며 꿈에 부풀어 있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곰팡이 가득한 천장이 있는 집을 속아서 샀다면 그 심정이 어땠을까요.
감리단장이 전한 바에 의하면 당시 ‘곰팡이 각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두통을 일으키고 냄새가 지독하게 난다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이런 곳을 은폐하고 그냥 마감공사했다면, 이 같은 고충을 입주민이 고스란히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이후 하자 분쟁 등 또 다른 갈등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 전개됐을 것입니다.
대우건설은 2년 전에도 신축 아파트에서 곰팡이로 몸살을 앓은 바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민 100여 세대가 곰팡이와 곰팡이를 숙주로 삼는 혹파리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당시에도 입주민들이 상황을 알렸지만, 묵묵부답인 시공사 측에 불만이 폭주했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건설현장의 자재 관리와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움은 물론 심각한 하자를 은근슬쩍 덮고 가려다 발각된 시공사의 비윤리적 단면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