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언니’여, 승자독식과 인플레이션에 맞서라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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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여, 승자독식과 인플레이션에 맞서라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1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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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의 한 장면. 사진=티캐스트
’노는 언니‘의 한 장면. 사진=티캐스트

어느 해 포천에서 의정부 가는 시내버스 안, 열어젖힌 차창 밖으로 빠져나가는 노래를 무심코 듣고 있었다. <사랑 안 해>. 정념과 상실감이 의식을 휘감아 스피커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버스바퀴가 일으키는 먼지 너머 사라지고 싶은 충동과 오래된 욕망이 만나는 일체감을 느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만큼 우리 사회는 그날 노래를 부른 그녀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관음(觀音)의 법력에 기대지 않고 온갖 시선과 수군거림을 견뎌내 마침내 자유로워진 삶 자체, 깨달음보다 삶이라는 고(苦)를 돌파한 의지의 숭고함이 소박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노는 언니>에 나오는 여성 운동선수들도 그녀만큼 아름답다. 비키니를 입어도 근육을 자랑하고 몸 쓰는 일에 머뭇거리지 않고 간단한 게임이나 승부에도 진지하고, 그럼으로써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른 종목 선수들의 이야기에 깊게 반응한다. 그리고 경기에서 물러서지 않고 완주한다.

이제 우리 앞에 던져진 다음과 같은 경제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는 언니>의 그녀들이 보여준 미덕이 필요하다.

하나, ‘승자독식’에 대해서다.

1년 반 이상 지속된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은 사업자들은 수직 상승하는 백신접종률에 발맞춰 호황기를 즐기게 되겠지만, 넘어진 사람들은 폐업과 실업의 곤궁함으로 내몰릴 것이다.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시급한 것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폐업급여, 혹은 임차료를 보전해 지급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은 부가가치세 신고서와 임대차계약서를 통해 확인되는 임차료의 상당부분을 손실보상금 성격으로 지원하고 ▲올해 상반기 임차료는 다음 달 부가가치세 신고 후 지원하며 ▲국회 입법 혹은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상가 및 공장 임대사업자는 올해 말까지 임대료의 40%만 수취하고 나머지 60%는 내년 1월 부가가치세 신고 후 임대사업자 본인이 부가가치세 신고서와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여 수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짧은 기간만이라도 지대를 줄이는 것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서 필요하고 정치적 결단에 걸맞은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다.

2차대전 이후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케인즈안을 패퇴시키고 통화주의 학파를 전면에 내세우게 했지만, 이제 다시 2년 가까이 진행된 코로나 팬데믹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단 불붙여진 인플레션이 쉽게 멈추지 않는 것은 임금과 이자율이 바퀴가 되어 불의 전차를 달리게 하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더 멀리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독재 시대처럼, 임금의 상대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필립스곡선의 상충관계를 따라 가기에는 지난 수년간 폭등한 자산가격의 버블이 너무 크다. 따라서 팬데믹이 몰고 오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으로 자본자산의 요구수익률을 높임으로써 총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을 택하길 바랄 뿐이다.

<노는 언니>에서 비인기 종목의 선수가 빛을 잃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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