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성공할까
상태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성공할까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4.19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금융권은 손사레… 수도권 공략과 1금융 꿈꾸는 지방금융사·저축은행 참여 가능성
사진=한국씨티은행
사진=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에서 손떼기로 하면서 인수후보군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떠안을 금융사가 있을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다만 수도권 공략을 과제로 두고 있는 지방금융지주나 제1금융권 진입을 꿈꾸는 대형 저축은행의 인수전 참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한국을 비롯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 부문 영업을 철수하고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 ▲영국 런던 등 4개 나라에서만 소매금융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개선될 수 있는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부문 매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소매금융의 실적 악화다. 최근 2년 새 개인·소매 부문 당기순이익은 8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2019년보다 32.8% 급감했다. 특히 소매금융부문의 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 등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시장 점유율도 2019년 기준 예수금부문 1.95%, 대출금부문 1.63%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매각 가격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영업권 등을 포함해 매각가격을 2조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각 예상가격이 단일 금융사가 매입하기에는 높은 만큼 금융지주들이 잠재적 인수후보자로 꼽힌다. 하지만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시중은행을 보유한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은 한국씨티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자체 은행의 영업점도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매력적으로 느끼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매각가가 2조원 가량으로 나온다면 투자 대비 수익을 얻기도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인수후보군으로는 지방금융그룹과 제2금융권이 떠오르고 있다. 지방금융그룹이이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을 인수자로 지목돼 온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시장 확장성이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점은 43개다. 이 중 서울 22개, 경기도 9개 등 31곳이다. 지방은행 중 수도권에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곳은 광주은행(25개)보다 많다. 같은 JB금융지주 계열 은행인 전북은행도 서울·경기 소재 영업점은 12개, DGB금융지주 계열은행인 대구은행 역시 7개에 불과하다. 한국씨티은행의 전신 중 하나인 옛 경기은행이 오랫동안 인천·경기지역에서 영업을 했던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DGB금융지주(대구은행), JB금융지주(광주은행·전북은행)이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 중 DGB금융지주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외에도 OK금융그룹이 거론된다. 대부업에 근간을 두고 있는 OK금융그룹의 경우 한국씨티은행이 들고 있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제1금융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긍정적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다면 경영적 판단 아래 검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업 인가가 없기 때문에 당장 인수에 나설 자격은 없다. 따라서 추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 부문을 어떻게 쪼개고, 가치 산정을 어떻게 할지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인수전 구도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한국씨티은행은 개인 신용카드 사업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수 은행 입장에서는 영업점 확장을 비롯해 해외 카드 부문 수수료 이익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본사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대해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 지부는 강력 투쟁을 선언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한국씨티은행 지권 3500명 중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이 약 2500명”이라며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 등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며 고객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은 발표 내용을 수일전에 이미 인지했음에도 당일까지 거짓 연기를 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며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며 “엄중 경고와 함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각 지점에서 고객 문의가 쇄도하며 수백억의 뱅크런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986년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소매금융 시장에서는 철수하지만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은 계속 영업을 유지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967년 한국에 진출한 후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한국씨티은행에 이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