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주장에 노조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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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주장에 노조 “거짓말”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4.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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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대표·사외이사 앞세워 “임금 39% 인상과 노사간 소통 강화” 언론 홍보
노조 “객관적 근거 자료 없는 일방적 주장… 복수노조제도 악용해 노조 탄압”
SPC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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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이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000여명을 불법 파견한 사건을 계기로 체결한 ‘사회적 합의’를 3년 만에 이행 완료했다고 선언하자 제빵기사 노조가 “거짓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본지는 SPC그룹의 주장에 대해 제빵기사들이 반박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봤습니다.

SPC는 1일 ‘피비파트너즈’ 출범 3년을 맞아 SPC미래창조원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포했습니다. SPC가 3년 만에 이행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는 ▲임금 39.2% 인상 등 연봉과 복리후생을 파리바게뜨 수준으로 향상 ▲매년 노사 간담회로 소통 강화 등입니다.

하지만 임금 인상에 있어 SPC 측은 인상률 산정에 객관적 근거 없이 공개한데 이어 파리바게뜨 임금 수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또 노사 소통에 대한 객관적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복수노조제도를 이용해 노조를 탄압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피비파트너즈는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기 위해 2018년 1월 SPC와 가맹점들이 51대 49로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입니다. SPC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불법 파견 받은 혐의로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근로감독과 직접고용 시정조치에 따라 이듬해 1월 노사, 가맹점주,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참여해 자회사를 통한 고용에 합의했습니다.

SPC는 이날 임금 인상과 노사 소통 강화 등을 선포하면서 제빵기사 휴무일도 30% 이상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 김종보 사외이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사외이사로서 지켜본 결과 지난 3년간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례 없는 수준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 노사 상생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 사장도 “노사가 함께 협력과 노력한 것은 물론 많은 분의 도움으로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었다”며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SPC 측은 이처럼 3년 전의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완료했다고 언론에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노조 측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SPC가 1일 SPC미래창조원에서 진행한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와 새로운 비전을 알리는 선포식./사진=SPC
SPC가 1일 SPC미래창조원에서 진행한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와 새로운 비전을 알리는 선포식./사진=SPC

SPC의 이같은 사회적 합의 이행 선포와 더불어 황재복 사장과 김종보 사외이사의 자평에 대해 제빵기사 노조는 “SPC의 일방적 주장이며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셀프 선언’일 뿐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입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자체 계산한 결과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년간 급여 인상률은 25% 수준이며, 근속 10년차 제빵기사 연봉이 3000만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사는 인상률을 산정한 객관적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월 8회 휴무 보장과 노사협의체 운영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근무시간 조작을 통한 ‘임금 꺾기’도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는 전혀 진행된 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노사간 소통을 강화했다는 SPC 측의 선언과는 상이한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SPC가 합의사항 이행 완료 선언을 하기 이틀 전인 3월 30일 SPC 측이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회사(SPC그룹)는 관리자들을 압박해 조합원들을 탈퇴시키는 할당까지 부여했다”며 “탈퇴 요구 방법으로 주로 상담·괴롭힘·친분 등을 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리바게뜨지회 관계자는 “3년이 지난 오늘까지 사회적 합의가 온전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SPC그룹이 관리자 중심의 친기업 노조와 복수노조제를 악용해 노조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SPC그룹 관계자들도 참석했는데요. 해당 관계자들은 “토론 내용은 개별사에 대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토론회가 진행된 이틀 뒤 SPC그룹 측은 3년 전 사회적 합의 사항을 이행 완료했다고 선언했습니다.

한편 파리바게뜨지회는 2019년에 SPC그룹 측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134일 동안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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