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사라진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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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사라진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사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5.04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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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게시글 사라져… “화웨이꺼 쓰는 이유가 유유상종이었구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4월 25일 저녁 8시 21분 인터넷커뮤니티 뽐뿌에는 ‘유플러스 만행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해당 글은 올라오자마자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LG유플러스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가 된 것인데요.

해당 글은 이틀도 안 돼 돌연 뽐뿌에서 사라졌지만 4일 현재 3만6000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누리꾼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이 글은 뽐뿌에서는 사라졌으나 ▲1~2월 사용건수 ▲사용량 ▲사용지역(기지국) 등 일부내용이 다른 커뮤니티인 루리웹닷컴에 퍼 날라져 있는 상태입니다.

글 내용을 요약하면 LG유플러스가 가개통 리베이트 환수를 위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찰한다는 것인데요. 사찰의 대상이 된 개인정보는 이용자의 자동이체 이력, 해지 이력, 기지국 위치, 통화 발신시간 등으로 이를 LG유플러스에서는 이용자의 동의도 없이 무단으로 이용해 리베이트 환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뽐뿌에 올라와 있던 원문을 본지가 확보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LG유플러스는 판매자에게 고객유치를 위해 제공된 지원금(리베이트) 중 가개통이 되면 해당 리베이트를 환수해 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에 21건 가개통으로 950만원을 손해 봤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개통은 불법행위입니다. 문제는 가개통을 판정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의 통화내역 등을 대놓고 열람하면서 이를 근거로 가개통 판정을 내리고 판매점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쓴이는 “2월 사용건수, 사용량, 사용지역 등 모든 정보를 다 확인해서 차감(리베이트)을 내리는데, 정작 중요한건 저는 저런 내용을 가입 전에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라며 “그 누구도 안 알려주면서 나중에 가개통 차감이라면서 저런 큰 금액을 때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 돼서(매출 80% 급감) 정말로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뽐뿌'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뽐뿌'

글을 보면 판매자인 글쓴이 조차도 통화내역을 알 수가 없는 고객 개인정보들을 LG유플러스는 맘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데요.

LG유플러스는 무슨 배짱으로 대놓고 고객의 통화내역 등을 열람했을까요. 그래서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방침을 살펴봤습니다.

LG유플러스 개인정보방침을 보면 ‘고객의 동의가 있거나, 고객의 동의가 없더라도 요금정산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통화사실(통화내역)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를 근거로 고객의 통화내역을 들여다 본 것 같은데요.

하지만 가개통 여부를 가린다는 명목으로 이를 판매점에 전달까지 한 것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과연 리베이트 환수가 요금정산이랑 관련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살펴보면 통화기록을 조회하려면 수사기관에서도 영장이 필요합니다. 또 본인 동의가 있어야만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개통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기지국 정보가 필요하며 다만 그 과정에서 보안을 위해 이름 등 개인 식별정보를 가리고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KT나 SKT의 경우는 개통 후 해지 반복 등 간단한 조회만 할 뿐 기지국 정보는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가개통 감시과정에서 일반 사용자의 개인정보도 들여다 볼 소지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LG유플러스 가입 후 개인정보 유출로 머리가 아프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는데요. 이 누리꾼은 글에서 한 업체(대리점)로부터 연락을 받고 LG유플러스에 가입했는데 당시 자신의 통신관련 기록을 꿰차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LG에 자신의 정보가 대리점들끼리 공유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자신들은 하청을 준 것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했답니다.

특히 LG상담원의 말이 가관입니다. “통상적으로 영업점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뽐뿌에 올라와 사라진 글과 루리웹닷컴에 다시 올라온 글에 누리꾼은 LG유플러스의 행태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화웨이꺼 쓰는 이유가 유유상종이었구먼” “접속로그 상시조회 하라고 시킨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아예 사찰 중이었네” “LG가 LG했네” “저 정도라면 통신자 면허 회수해야할 수준이네” “대통령도 국민사찰하면 탄핵 당하는데 유플러스는 대통령보다 위인가봅니다” “Lg는 장사목적으로 국민사찰 일상으로 하는거네요..? 국회의원, 수사기관 , 대통령 가리지 않고 그냥 맘대로 정보열람 하나본데 XX것들인가 싶네요” “가개통 빌미로 고객정보를 보는거나 다름없네요. 화웨이 장비 도입하더니.. 운영도..”

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시킨 불법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일명 ‘n번방’을 운영한 조주빈 등 일당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개인정보 유출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가입하고 이동통신사들의 개인정보 단속은 어느 곳보다도 철두철미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통신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대리점에 유출까지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해서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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