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언니=핑크”로 본 SK의 성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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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언니=핑크”로 본 SK의 성 관념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2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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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언니’라고 하면 핑크 계열 색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난 2일 SK텔레콤(SKT) 자회사인 홈쇼핑업체 SK스토아가 선거방송심의 규정 ‘공정성’ 조항 위반 심의에 앞선 진술에서 해당방송 담당자인 이현철 PD가 한 발언입니다.

이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SK스토어 심의는 4·15 총선거 기간인 지난 3월 18일 생활용품 화장지 ‘깨끗한나라’ 판매방송에서 선거 유세차량과 유사하게 제작된 스튜디오에서 특정정당을 연상케하는 내용을 방송한 것에 대한 심의였는데요.

미래통합당을 상징하는 분홍색 점퍼에 숫자 2를 크게 강조하면서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었죠.

문제의 ‘핑크=언니’ 발언은 심의에 앞서 심의위원들이 SK스토아 관계자들의 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나왔는데요.

박세각 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이 “처음 콘셉트와 색깔을 정할 때 방송사와 업체가 같이 상의하는 건가? 어느 쪽 아이디어였나?”라고 묻자, 이현철 PD가 “‘언제나 니(네)곁에’를 줄여 ‘언니’라고 짧게 쓰자고 생각했고, 저는 ‘언니’라고 하면 핑크 계열 색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 것입니다.

김영미 심의위원이 언니와 핑크라는 이현철 PD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 의원은 “색깔이 가장 큰 문제다. ‘언니’라는 콘셉트가 당연히 분홍색이라고 생각한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심의는 선거방송심의 규정 내 공정성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언니=핑크 발언은 크게 조명 받지 못한 듯합니다. 심의위는 방송내용에 대한 부분을 심의했고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에 권고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파란색은 남자색깔, 분홍색(핑크)은 여자색깔로 고정관념화 돼 있는 분위기인데요. 특정 색깔로 성을 결정짓는다는 것에 차별이라는 요소가 심어져 있습니다.

성을 색깔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놓은 역사는 중세시대로 올라갑니다. 당시는 지금과는 정반대였는데요. 남자아이는 분홍색 옷을, 여자아이는 파란색 옷을 입히며 색깔로 성을 대변했다고 합니다. 남자의 분홍은, 어린전사가 흘리는 피가 분홍색이라고 생각해서이고, 여자의 파란색은 동정녀 마리아 색깔로 생각해 순결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1918년 Ladies' Home Journal에는 ‘분홍색은 남자 아이에게 어울리고 파란색은 여자 아이에게 어울린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재의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으로 바뀐 것이 1940년대 이후 여자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자 여자의 성 역할론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결국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이라는 공식은 사회가 만든 관습임에 분명하며, 차별 요소로도 쓰여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남자는 회사 나가서 돈벌어오고, 여자는 집에서 설거지와 육아를 전담하는 식의 성에 따른 역할분담으로 말입니다.

이런 색깔론을 바탕으로 한 차별에 한 누리꾼은 역설적인 말로 비아냥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여자가 핑크나 부농부농한 옷을 입는건 그색이 남자의 색이라서 그런거죠. 그색을 입어야 남자들이 오~~핑쿠~~하면서 하트 뿅뿅 막 날리잖아요. 역시 핑크는 남자의 색인게 화~~~~악실한가 봅니다.”

SK스토아에서 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PD의 아무생각 없는 듯한 언니=핑크 발언은 이런 성차별적 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어서인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성차별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실제로 SK그룹 내 계열사 등에서 해마다 성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2015년 7월 SK그룹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김창근 의장이 성폭행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죠. 김 의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업문제로 도움을 요청한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피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자와의 합의로 고소가 취하되면서 검찰의 각하 결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16년 5월에는 손길승 SKT 명예회장이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도 벌어졌는데요. 한 갤러리 카페에서 20대 여종업원의 다리를 만지고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는 등 성추행 혐의입니다. 손 명예회장은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습니다. 직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그해 11월에는 ‘싸이월드’로 한때 명성을 날렸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임원급 본부장이 회식 자리에서 다수의 여직원들을 상대로 음담패설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희롱 논란이 일었죠. 해당 본부장은 구두 경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며 논란은 커졌습니다. 해당 회사에서는 고참 남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었는데요. 해당 남직원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2018년 1월에는 SK하이닉스 신입 연수 과정 중에 성희롱 사건으로 신입사원 2명 등 총 3명이 즉각 퇴사 처리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중 각 조별로 진행하는 그림 연상 게임인 ‘캐치마인드’(Catch Mind) 중 남성의 성기 그림에 여성의 가슴 그림을 그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것이죠.

꾸준한 성문제 사건입니다. 성문제는 위력을 이용한 성차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K그룹의 책임 있는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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