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관찰대상국’ 한국과 ‘풍우동주(風雨同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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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관찰대상국’ 한국과 ‘풍우동주(風雨同舟)’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14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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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펑위퉁저우(風雨同舟·풍우동주)’이니 세계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자.”

지난 2009년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장관은 어설픈 중국어까지 섞어가며 양국의 관계 진전을 역설합니다. 이 장관은 다음해 4월, 베이징 방문에서도 똑같은 사자성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풍우동주(風雨同舟)’. 비바람 속에서 한배를 타다라는 말입니다. 이는 원수지간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의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같이 쓰입니다. 고대 중국의 유명한 병법가인 손자가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입니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협력하듯이 한다.(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遇風 其相救也 加左右手).”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해제했습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막기로 약속하면서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관찰대상국’으로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5일이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오늘 성명에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제한하고 투명성과 책임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라며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 이유를 밝혔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그러나 한국에 대한 관찰대상국 지정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관찰대상국은 한국과 중국 이외에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위스, 베트남 등 10개국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도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단 3억달러를 웃도는 대미 무역흑자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 1년간 200억달러(약 23조원)를 초과하는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등 3가지 조건 가운데 2개를 충족할 경우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합니다. 미국이 집계한 2018년 7월~2019년 6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203억4850만달러였습니다.

수출·수입액 증감률.(단위 : 억달러, %) /자료=한국무역협회
수출·수입액 증감률.(단위 : 억달러, %) /자료=한국무역협회
대미 수출·수입액 증감률.(단위 : 억달러, %) /자료=한국무역협회
대미 수출·수입액 증감률.(단위 : 억달러, %) /자료=한국무역협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작은 나라의 설움과 강대국의 횡포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풀어줬다고 생각하심? 미국이 해제를 하기는 했지만, 중국은 58조원의 미국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중국이 이행을 못하면 그때 또 조질 것임” “환율 조작은 지들이 하면서” “미국이야말로 환율조작국. 달러 찍어내면서 입맛대로 조작질” “강대국 원리지. 안다 알어. 꼬리한 발냄새 전술” “미국이 싸움은 중국이랑 시작했는데 한국으로 끝나는 듯...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소국이어서 어쩔 수 없는 슬픈 현실” “그놈의 환율조작국은 트럼프 꼴리는 대로 정하냐” “미국 연방통화 문제 있어요. 화폐 찍어내면서 다른 나라들을 무역이나 금통화로 달러조정 압박하면 미국만 이롭게 되지 딴 나라들은 분명 죽어나가게 되어 있습니다...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다시 시계를 9년7개월여 뒤로 돌려 2010년 5월 베이징,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의 ‘수도동귀(殊途同歸·길은 달라도 이르는 곳은 같다)’ 연설에 중국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예상왕래(禮尙往來)’라고 화답합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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