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암호화폐 세금 803억원과 ‘가렴주구(苛斂誅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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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암호화폐 세금 803억원과 ‘가렴주구(苛斂誅求)’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2.3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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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미지=빗썸
/이미지=빗썸

‘가렴주구(苛斂誅求)’.

가혹하게 거두고 강제로 빼앗는다는 뜻으로 세금 등을 혹독하게 거두어들이고 재물을 빼앗아 백성들이 살아가기 힘든 정치를 가리키는 네 글자입니다.

‘가렴’은 중국 당나라 헌종 때 재상 ‘황보박’이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 원성이 자자해져 물러났다는 데서 생겨난 말로 ‘가혹하게 거둔다’는 뜻입니다.

‘주구’는 중국 춘추시대 작은 나라인 ‘정’나라가 크고 강한 나라들 사이에 끼어 시도 때도 없이 공물을 빼앗겼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무리하게 빼앗는다’는 뜻입니다.

국세청이 국내 가상(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800억원대의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습니다. 빗썸코리아를 운영하는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인 비덴트는 사흘 전(27일) 공시를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빗썸코리아에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해 약 803억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가상화폐를 거래한 개인의 소득에 세금을 매긴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데다, 과세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해외 거래자가 빗썸에서 찾아간 돈을 기타 소득으로 보고, 빗썸에 원천징수 의무가 있으므로 20% 세금을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으로선 제도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자칫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넘겨 과세를 못 할 수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로 보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도 법적 제도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매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과세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시행통보를 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게 순서지... 아무 근거 없이 덥석 세금부터 내라 하니” “소득에 과세면 손해난 계좌는? 거래세에 소득세에 마구 걷어서 뭐 하냐” “이익나면 과세, 손실나면 본인책임... 그런데 법적제도는 전무” “세금 걷으려면 법제화하고 안전장치 마련하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건데? 뭘 준비했냐.”

/자료=빗썸
/자료=빗썸

그러나 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만큼 높았습니다.

“코인으로 번 게 많아서 800억은 껌 값이네” “불법도박판에 웬 세금, 그냥 다 몰수” “세금은 3대 의무에 속한다, 얼른 내라” “거래가 이뤄지면 당연히 세금 내야지” “수수료 먹었음 내야지, 의외인 게 망한 개미들이 감싸네” “소득을 올렸으면 세금 당연히 내야지” “비트코인은 투자라고 떠들었으니 세금 기꺼이 내겠지 뭐” “세금 부과 안하는 게 더 불합리한 거야.”

여기 빗썸이 지난해 6월 7일 발표한 투자자 설문조사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2018년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7일간 만 20세 이상 암호화폐 투자자 2507명을 대상으로 빗썸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빗썸 카페’를 통해 진행한 ‘암호화폐 투자 동향 조사’입니다.

조사 결과 투자자 10명 중 4명은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도 투자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응답(39.5%)했습니다. 이는 2017년 12월 똑같은 질문에 응답한 결과와 비교해도 약 11%포인트 뛰어오른 수치입니다.

한편 정부는 새해 세법 개정안에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 방안을 담기로 했는데 국회는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회의 통과를 앞둔 이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뒤부터 시행됩니다.

‘가렴주구’가 아닌 공평과세, 이와 함께 ‘조령모개(朝令暮改·법령의 개정이 잦아 믿을 수가 없음)’가 아닌 제도 시행을 기대해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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