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더욱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말 3473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7430억달러로 2.1배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급증인데, 같은 기간 152억달러에서 1161억달러로 무려 7.6배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미국 주식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최근에는 90% 이상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주식 관련 부의 상당 부분(약 168조원)이 달러와 미국 주식시장 등 미국 경제 영향권에 깊숙이 잠겨 있어 외교, 군사, 수출에 이어 국민 부의 종속성에 관한 우려가 커졌다.
해외투자에 열광하는 개인투자자를 ‘서학개미’라고 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미’라는 표현이 기관투자자 관점에서 ‘몰빵’ 습성으로 몰려다니는 개인투자자를 비하하는 것이지만, 웬일인지 언론은 이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한술 더해 언론은 개미라는 조롱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근대사 속 ‘민중’의 비극을 상징하는 단어 ‘동학’, ‘서학’이라는 단어를 접두어로 붙여 극적 효과를 높여 상업적 이익을 추구했다. 아쉬운 것은 스스로 ‘동학개미’, ‘서학개미’라 부르는 개인투자자도 있는데 이 의미를 아는지 모르겠다.
최근 한국은행은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집중 현상을 우려하며 분산투자를 제안했다. 집중 현상이란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주식시장, M7(Magnificent 7, 애플·테슬라 등 미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7종목), 레버리지 ETF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해외투자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미국 시장 상장 종목으로 해외투자 보유 잔액 가운데 43.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1위는 테슬라, 2위는 엔비디아로 보유 잔액이 100억달러가 넘었고 보유 잔액 차이가 크지만 3위는 역시 애플이 차지했다.
최근까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해외주식 보유 비중의 추이를 보면 눈길을 끄는 변화가 보인다. 즉,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 Inc) 종목에 대한 국내 투자가 지난 24일 기준으로 거의 애플 보유잔액(약 40억달러)에 근접한 39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 선호도에서 팔란티어는 시가총액이 약 10배 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알파벳을 크게 앞질렀다. 팔란티어는 오픈 AI(인공지능)에 의한 AI 붐이 일어난 2022년 12월 이후인 2023년 2월 말 50위로 등장했다가 지난해 6월부터 국내 투자가 증가하더니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관심이 급증했다.
‘팔란티어’는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천리안 수정구슬의 이름으로 알려진다. 팔란티어는 한마디로 미국의 AI 기반 빅 데이터 프로세싱 기업으로 주로 공공 정보 분석 서비스가 주요 사업이다. 이 회사는 CIA, FBI, 국방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사업 수주를 하는 기업이다.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카드 사기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짜 거래 취소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을 시작으로 기술력에 관해 CIA, FBI의 인정을 받았고, 9·11 테러 이후 안보 위기가 터지자, 정부 관련기관 수주를 받으며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
정부의 국방과 정보 관련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이 회사는 사업실적은 기밀에 싸여 있다. 팔란티어 홈페이지에는 스스로가 단순 데이터 처리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팔란티어는 글로벌 AI와 데이터과학 평가기관, Dresner Advisory Services로부터 지난해 AI, DATA Science, 기계 학습 분야에서 1위 서비스 공급자로 선정됐다. AI 붐을 타고 제2의 엔비디아가 될 거라는 기대가 투자자들을 자극했다. 이 회사에 관한 기업분석가의 실적 전망도 매우 양호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와 팔란티어 창업자, 경영진이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성적 평가 요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팔란티어 주가는 일취월장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과격한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 정부는 국방 예산을 향후 5년간 매년 8% 감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 예산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팔란티어 주가가 급락했으나, 트럼프 관세 정책 불안이 확산하자 역설적으로 그 관세 불안 영향이 가장 적은 기업이라는 분석과 함께 최근 재반등하고 있다. 덕분에 자료 5에서처럼 팔란티어는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투자 교과서에서는 위험으로 해석하지만, 한국 개인투자자는 기회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국내 여러 연구에서 보고한 바 있다. 과거 테슬라는 대규모 고질적인 공매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결과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학습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주목하는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 개인투자자는 혼자만 고수익 기회를 놓치는 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 심리는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buy the dip)의 행동을 강요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당분간 팔란티어의 투자 잔액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