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못한 ‘미국 3종 세트’, 뉴욕에 갇힌 서학개미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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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못한 ‘미국 3종 세트’, 뉴욕에 갇힌 서학개미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5.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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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자본시장, 서학개미의 선택은?(상)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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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터뜨린 관세 폭탄이 전 세계 경제를 극도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난 대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때문에 곤경에 빠진 미국이 절박한 처지에서 꺼내든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고율 관세가 도리어 미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들을 옥죄며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이폰 생산량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애플, 저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마저 하루아침에 수출 금지 조치를 당한 엔비디아와 AMD 등이 대표적이다.

하룻밤만 지나도 온갖 새로운 수출 규제 조치가 백악관 주변으로부터 마구 쏟아져 나오면서 세계 경제는 미래 예측이 무의미할 만큼 불확실성만 확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발 관세 폭탄만 하더라도 이미 자해 소동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날이 거세지는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은 언제쯤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지위를 앞세워 켜켜이 쌓인 무역 불균형을 단칼에 해소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마저 뒤흔들고 있으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항구 봉쇄전’으로까지 번지는 등 여전히 확전 일로를 걷고 있다. 작금의 미·중 무역 분쟁은 한편으로는 고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벌어졌던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닮았다. 오랫동안 누려왔던 전 세계 최강국으로서 지위를 한사코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과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결사 항전으로 맞서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은 그만큼 복잡다단한 배경을 지닌 탓에 쉽사리 타협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 트럼프 제2기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재개된 미·중 무역 갈등은 몇 가지 측면에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들이 나타나 전문가들마저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른바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회자하는 새로운 양상을 뭉뚱그려 요약하자면 ‘미국 주식, 미국 채권, 미국 달러’ 3종 세트의 동반 약세 현상이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 주식이 폭락하면 그와 반대로 미국 국채와 달러 가격은 늘 반등하곤 했다. 예외 없이 작동하던 그 경제 법칙이 이번에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서학개미로 변신한 투자자들의 투자금까지도 뉴욕 주식시장에 집중적으로 쏠려 있다. 최근 수년 동안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국내 증시 흐름과 달리 꾸준하게 양호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증시의 장기 호황 덕분이었다. 서학개미들이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미국 증시로 대거 몰려간 이유도 대체로 비슷하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3대 지수의 흐름만 대충 살펴봐도 동학개미들이 왜 그토록 과감하게 서학개미로 변신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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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에 걸쳐 흔들림 없는 상승세를 보여주긴 했지만, 최근의 급작스러운 약세 반전은 그 양상이 자못 심상치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10년 물 국채 가격이 미국 주식과 동반 급락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3.873%까지 급락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불과 4일 후 4.592%까지 치솟는 등 매우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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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강세 흐름을 지속하던 미국 달러의 가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화가 ‘금융위기 국면’에서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는 모습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 세계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그만큼 약화했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 유일 강국인 미국의 통화 가치가 켜켜이 쌓인 엄청난 국가 부채와 흔들리는 달러 채권과 감당키 어려운 국채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금융위기 국면에서조차 안전한 피신처가 되지 못하는 모습 속에는 이미 ‘미국의 미래’ 자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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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의 가치가 불안정한 만큼 금의 가치는 나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불안정한 미국 국채와 미국 달러를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 가운데 금만큼 확실한 자산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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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해외 증시로 일찌감치 발길을 돌린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동향을 살펴볼 차례다. 2020년에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급속히 유입된 대규모 유동성 자금들은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끝에 2023년 여름에 펼쳐진 ‘2차전지 테마주 광풍’에 적잖이 녹아내렸던 아픔이 있다. 그때 너무 늦게 뛰어든 탓에 당하고 만 끔찍한 실수가 혹시나 미국 증시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 이번 기회에 꼼꼼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 투자는 ‘주식 투자 급증과 채권 투자 점진적 증가’로 요약된다. 해외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합산 투자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 17일 무렵이다. 합산 기준으로 1661억달러, 현재의 환율로는 약 236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 가운데 주식이 약 184조원, 채권은 약 53조원 규모였다. 해외로 눈길을 돌리기 직전이었던 2018년 말에 비하면 주식과 채권을 합산한 금액으로는 4.6배, 주식 투자 규모만 따지면 무려 13.1배나 폭증한 셈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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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 금액의 대부분은 미국 주식 투자로 집중된다.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금액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은 지난해 12월 17일이다. 당시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약 1186억달러에 이르렀다. 현재의 환율로는 약 169조원 규모다. 이 무렵 해외 주식 투자 전체 규모는 약 184조원이므로 미국 주식에만 전체의 91.9%가 집중 투자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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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잔액 변화를 살펴보면 2020년 무렵 해외 주식 투자가 본격화된 이후 해마다 꾸준하게 투자 규모가 증가하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번 달 현재 잔액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건 최근에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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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잔액을 연도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주식에 집중된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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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기준 국가별 주식 투자 비중과 올해 4월 현재의 모습을 대비해 보면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가 얼마만큼 뚜렷한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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