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금감원 중점 검사 대상’ 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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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금감원 중점 검사 대상’ 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2.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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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 ‘고령층’ 타깃 악성 판매… 불안한 ‘해외부동산 투자’ 5대 금융그룹 중 압도적 1위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금융감독원이 2024년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인 2023년도 금감원의 중점 검사 사항 1번은 ‘복합위기 상황 속 잠재 리스크 적시 대응’이었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제시한 첫 해 방침이 ‘거시경제 리스크’라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역시 두 번째 해는 원래 잘하는 검사업무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 올해 첫 번째 중점 검사 사항은 ‘공정 금융’이다. 즉, ‘민생 침해 금융 범죄 척결 등 공정한 금융 검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해인 2022년 후반부터 정신없이 몰아친 부동산 PF 불안과 고금리 파장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총선 불출마 선언 후에는 금융산업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는 금융회사에 숨 가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올해 금감원 검사 계획에 주목할 것은 1번 검사 우선 항목의 중점 추진 항목이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등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서 금융회사의 비위나 불법이 없었는지 ▲‘부동산 PF’ 등 고위험 자산 투자에 경영실적 달성을 위해 금융회사 경영진이 회사나 고객의 위험을 초래하였는지 등을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명백히 밝혔다. 고위험 자산 범위에는 지난해부터 계속 문제가 지적됐으나 금융회사들이 문제없다고 발뺌해 온 해외 부동산 투자 문제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금감원이 주목하는 이들 두 가지 검사 이슈에 하나금융 그룹의 행적이 유난히 눈에 띈다.

자료 2. /작성=조수연
자료 2. /작성=조수연

먼저 금감원은 지난달 8일 새해 업무를 개시하자마자 홍콩H지수 ELS의 주요 판매사 현장점검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5대 은행의 올해 만기 홍콩 H-ELS 판매액은 12조3000억원에 이르는데, 상반기에만 약 69%인 8조4000억원이 집중돼 있다(2023.12.28. 칼럼 ‘한국 투자자는 왜 자꾸 홍콩H지수에 농락당할까? 참조). 그러나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229P → 2022년 10월 4939P (마이너스 59.6%) → 2023년 12월 5769P로, 해가 바뀐 이번 달 22일 현재에도 5758P로 50% 이상 하락하며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경제 상황이 아직 만만치 않은 만큼 H-지수가 상반기 중 개선할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주요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조사 결과, 법규 위반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며 현장 검사 사유로 명시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 홍콩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은행이 82%, 개인이 92%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은행 가입자의 91%가 은행원을 통해 가입했고, 은행 가입자의 25%는 65세 이상 고령이었다. 결국 은행은 안전하다고 믿는 개인 고객, 특히 고령 금융소비자를 철저히 이용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이런 경향은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 부당 판매에서도 나타났었다.

자료 4. /출처=금융감독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 재구성
자료 4. /출처=금융감독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 재구성

지난해 말에는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에 시장의 우려가 집중됐다. KB국민은행의 H-ELS 판매액이 약 6조7000억원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초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 발표에 65세 이상 고령자 판매 비중이 높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10일 고령 금융소비자에 ELS 판매를 집중한 한 은행을 조명하며 이곳의 비윤리적 영업이 선을 넘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곳은 바로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KB국민은행의 21% 수준에 그쳤지만, 고객 1인당 ELS 판매액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 기형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자료 5.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 재구성
자료 5.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 재구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자료 5>를 근거로 하나은행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5대 은행 전반적으로 ELS의 나이별 고객 1인당 판매액을 보면 고령일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이 전 연령층에서 ELS 판매액이 평균 이상이며 다른 은행에 각각 비교해도 가장 많다. 특히 하나은행의 평균 대비 1인당 ELS 판매액은 80대 이하에서는 1.4배 안팎이었으나, 90대 이상에서는 2.5배로 급격하게 뛴다. 5대 은행이 공통으로 고령자를 표적으로 악성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하나은행이 가장 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하나은행이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 펀드(DLF)의 불완전 판매하여 중징계받은 전력을 들며 하나은행의 악성 영업이 여전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2019년 당시에도 금감원 검사 결과 보고서에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DLF 투자자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이었고, 70대 이상도 20%가 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하나은행의 악성 영업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에 관해 하나은행이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자료 5>는 H-ELS가 아닌 각 은행의 전체 ELS 판매액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문제가 된 H-ELS에 연계하여 악성 영업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위험 금융투자 상품인 ELS에 대한 하나은행의 판매 현황이므로 H-ELS 판매 활동에도 그대로 반영될 확률은 높다. 오히려 H-ELS가 2021년 당시 하나은행의 주요 판매 상품이었다면 이 상품의 고령자 판매는 더 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은행이 경쟁역량(competency)으로 늘 자랑하는 것이 프라이빗 뱅킹(PB)이다. 하나은행은 해마다 유로머니, 더뱅커, PWM 등 국제 평가 기관에서 PB 부문 최우수상 수상을 하는데, 역설적으로 강력한 PB 조직의 영향으로 5대 은행 가운데 고령자 ELS 비율이 높은 원인일 수 있다.

자료 6.
자료 6.

금감원의 중점 점검 이슈 중 두 번째 하나금융 그룹 관련 사항은 국내 부동산 투자와 함께 바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의 부실 현실화로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하향하는 등 글로벌 CRE 투자 손실이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 CRE의 유효 임대료 변화율 및 공실률이 악화하고 있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CRE 손실 발생 위험에 주목했다. 이러한 우려에 금감원도 지난 22일, 2023년 9월 말 기준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을 발표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본격적으로 금융당국 시각에 문제가 되었다는 신호다.

자료 7.
자료 7.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은 해외 부동산에 약 20조4000억원을 투자했고, 이미 2023년에 1조550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특히 5대 금융그룹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압도적인데, 하나금융 그룹은 총 25건에 6조2458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5대 그룹 해외 부동산 대출 총액의 37%, 대출 제외 총액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 제외 투자 성적표 역시 하나금융그룹이 마이너스 12%를 넘어 5대 그룹 중 가장 좋지 않았다.

하나금융그룹의 행적을 보면 금감원의 2024년 중점 검사 대상 두 가지 이슈에서 이미 낙점받은 상황인 듯하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의 해외금리 연계 DLF 부당 판매 혐의가 2022년 3월 행정법원 1심에서 인정되었다. 그럼에도 법적 기술을 동원하여 회장 취임 후 지금까지 항소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적 책임만 회피하면 고객 피해가 발생해도 떳떳하다는 행태가 하나금융 그룹에서 성공 방정식이 된 지 오래인 듯하다. 최고 경영자의 도덕적 기준과 행동은 조직에 거울처럼 반영하기 때문에 결국 하나은행에서 또 고령층에게 고위험 ELS를 권하는 영업은 당연할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의식에 의문이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하나금융그룹은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는 하나금융 그룹의 고객 자산 관리 능력에도 의혹을 더한다. 고령 취약자를 고위험에 초대하던 하나금융은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로 자산 관리 능력에서 스스로 고령 취약자와 다름없는 금융그룹임을 보여줘서 아이러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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