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이상 징후’를 과연 몰랐을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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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이상 징후’를 과연 몰랐을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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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문가 이미 5월에 급락 경계 종목으로 예측… 키움증권 위험 제어 시스템 미작동 신호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18일 영풍제지 주가가 하한가를 맞으며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전날 4만8400원이던 영풍제지 주가는 3만3900원까지 급락했고, 한국거래소는 즉시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하루아침에 영풍제지 시가총액은 6740억원이 거품 꺼지듯 사라졌다. 폭락 직전인 17일까지만 해도 영풍제지는 올해 약 815% 상승하며 증권시장 상승률 1위를 차지했었다. 개인 투자자에게 영풍제지는 ‘꿈의 주식’으로 불리었다. 하지만 지난 4월 SG증권발 라덕연 사태 때 8개 종목, 6월 방림 등 5개 종목 폭락에 이어 올해 증권시장에서 세 번째 폭락 사태 종목으로 기록됐다.

이번 영풍제지 사태는 무방비로 당해야 하는 예기치 않은 ‘꼬리 위험’(tail risk)이었을까? 꼬리 위험은 ‘꼬리’의 사전적 의미처럼 사소하고 작은 충격을 주는 위험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경제학적으로는 전혀 반대의 뜻을 가진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꼬리는 수많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나타내는 정규확률 분포 곡선에서 양쪽 끝, 길게 동물의 꼬리처럼 늘어진 부분을 의미한다. 정규확률분포란 평균을 중심으로 사건 발생확률이 대칭으로 종 모양으로 늘어선 것인데, 꼬리란 발생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이 발생할 위험으로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건을 금융위기를 예언한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백조는 일반적 인식으로 흰색인 것이 상식이지만, 세상에는 흑조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영풍제지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 블랙 스완이었을까?

본지 필자인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견해를 반박한다(10월 19일자 <‘돌연 하한가’ 영풍제지·대양금속 거래정지, ‘또’ 늦었다> 참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지난 4년 동안 기업실적이 정체했었음에도 시가총액은 2020년 3월 19일 500억원에서 올해 8월 8일 2조3520억원으로 47배 폭등했다. 시장 전체 종목에서 시가총액 순위도 1373위에서 135위로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초단기간 기하급수적 상승세를 보였다. 그는 이미 지난 5월에 다음 달 방림 등 주가 급등 5개 종목 중 4개 종목의 하락을 예측했고, 그때 영풍제지도 급락 경계 종목으로 분석해 칼럼으로 알렸다. 이렇듯 시장을 지속 관찰하는 전문가는 영풍제지 주가의 이상 징후를 알 수 있었다.

기업의 주가는 실적의 거울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서 벗어난 주가 상승은 투자자가 과대평가로 인지하고 보유 주식을 매도하거나, 공매도 대상 종목이면 공매도를 통해 주가는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영풍제지는 누가 봐도 이러한 투자 교과서의 상식을 벗어났다. 영풍제지의 이유 없는 폭등세는 주식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비정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 특히 시장의 이상 거래를 지속 관찰하고 고객에게 조언하는 증권회사가 영풍제지를 놓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4월과 6월 두 차례나 이상 급등 종목 폭락 사례가 있었던 터라 더욱 그렇다. 또한 금융당국도 이를 방관한 점이 아쉬운데, 자본시장에 이태원 참사나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침수 같은 사고가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최고 리테일 영업을 평가받는 키움증권의 영풍제지와 관련한 영업행태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CFD(차익 결제거래) 사태로 2분기 6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고, 김익래 회장 은퇴를 가져온 라덕연 사태로 올해 리스크관리의 상당한 오점을 드러냈다. 당연히 키움증권은 기업에 영향을 줄 운영 리스크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그러나 키움의 대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키움증권의 공시에 따르면, 영풍제지 주식 거래 정지 이후 지난 20일 기준 고객 위탁 계좌에서 미수금이 4943억원 발생했다.

자료 1. /출처=한국기업평가
자료 1. /출처=한국기업평가

자료는 위탁 매매 비중 상위 5개 증권회사의 영풍제지 미수 증거금률 조정 상황이다. 다른 경쟁사는 올해 초나 늦어도 CFD 사태 발발 이후 미수 증거율을 100% 조정했으나, 키움증권은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위탁 계좌는 증권시장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회원자격을 가진 증권사에 고객이 주문을 위탁하는 계좌이고, 증권사는 고객이 주식 매수 주문을 할 때 매수 대금의 일부를 거래 보증금으로 예치하고 시장에 매수 주문을 내준다. 이때 미수금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매매대금을 받지 못한 금액이다. 미수 증거금률은 매수 금액 대비 보증금 납부 비율이며, 100% 이하이면 투자자는 증권회사로부터 차입하여 매수하는 효과가 있다. 증거금률 40%는 증거금의 2.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 비율은 차입 투자 비율인 레버리지(leverge)를 의미한다. 즉 레버리지 2.5배는 투자자의 손익 변동 폭이 2.5배로 확장한다는 것이며, 증권사는 2.5배 매출(위탁거래 주문 금액) 신장으로 위탁수수료 수입이 증가한다.

자료 2. /출처=키움증권
자료 2. /출처=키움증권

키움증권의 최근 3년 평균 위탁수수료의 순영업수익 비중은 58.9%로 증권사 평균 31.7%와 비교할 때 얼마나 위탁거래 영업이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또한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수탁 수수료 점유율이 12.9%로 1위였다. 키움증권은 반기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지난 2분기 국내 주식 일평균 약정(거래 체결 금액)이 1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증가했고, 전체 시장점유율도 20.9%( 리테일 30%)를 기록했다고 과시했다.

키움증권의 영풍제지 미수금 발생은 과연 승자의 저주일까? 금융회사(특히 증권사)의 영업 실적과 리스크 관리 및 준법 경영은 한 손에 다 잡을 수 있는 토끼가 아니다. 위탁 매매 1위를 수성하려는 키움증권에 위탁수수료 증대는 전사적 이념이었을 것이고, 이런 분위기에서 리스크 관리나 컴플라이언스(준법)의 목소리는 무시되기 쉬웠을 것이다. 리스크 관리 부서는 회사가 경제환경 변화에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추정하고, 컴플라이언스는 세부 거래 종목의 실시간 상황을 점검하고 영업 현장을 통제하는데, 영풍제지 사례는 키움증권의 위험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보인다.

자료3. /출처=하나증권
자료3. /출처=하나증권

키움증권이 미수금을 공시하자 한국신용평가 등 3대 신용 평가회사는 일제히 미수금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만큼 신용 상황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키움증권 관련자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미수금에서 발생 예상되는 키움증권 손실을 한국기업평가는 2000억~3000억원, 하나증권은 최대 3658억원으로 추정했다. 키움증권 상반기 당기순이익인 3756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이다. 경제학에서는 변수의 변동이 일시적(transitory)일지 항구적(permanent)일지가 매우 중요하다. CFD에 설상가상 영풍제지 사태가 키움증권의 위험 제어 시스템 불량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 인식을 강화했다면 틀림없이 키움증권의 경영실적 추세에 항구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26일 재빨리 자사주 700억원을 매입 소각한다는 주주 환원 방안을 제시했고, 주가는 23일 24% 급락 후 정체 상태다.

자료 4. /출처=하나증권
자료 4. /출처=하나증권

한편 김익래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영풍제지로 노출된 항구적 시스템 리스크가 자사주 매입으로 회복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 전 회장의 장남이자 다우키움그룹의 최대 주주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배구조 전면으로 등장할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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