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김진숙 “혁신” 외쳤지만… ‘썩은 내’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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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김진숙 “혁신” 외쳤지만… ‘썩은 내’ 진동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2.2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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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재산 사적 사용, 근무지 이탈 등 비위 온상… 내부 통제능력 도마 올라
“공사의 목표 해치는 행위 무관용 등 혁명적일 만큼 조직 혁신” 취임사 무색
허위로 공무 외출 신청하고 한달간 승진시험 공부했다는 직원 제보도 올라와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내부 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더십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내부 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더십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 설립 51년 만에 “조직 혁신”을 외치며 지난해 4월 첫 여성 사장으로 취임한 김진숙 사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비위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어서인데요.

23일 본지가 입수한 도로공사 내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직원들이 각종 복무지침 위반으로 올해에만 12건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또 최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허위로 공무 외출을 신청하고 개인적인 시험공부를 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등 기강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도 도로공사는 별도의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진숙 사장은 지난해 4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혁명적이라 할 만큼 혁신해야 한다”며 조직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직무와 관련한 부정부패와 공사의 목표를 해치고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건전한 조직풍토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윤리경영을 통해 직장 내 불합리한 갑질 등 해소에 앞장서겠다”며 각오도 다졌습니다.

하지만 취임 2년도 안 돼 내부에서 각종 복무지침 위반과 공용재산 사적 사용, 근무지 이탈 등이 끊임없이 발생, 내부 통제 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내부 혁신 의지마저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습니다.

A지사 B 팀장은 같은 팀 하급자인 정비사에게 개인차량 점검 및 수리를 요구했으며, 이 정비사는 B 팀장 개인차량의 이상 유무 확인을 위해 사전승인 없이 외출했고, 파워스티어링 오일 교체를 위해 미션오일 등 공용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했습니다.

C지사 안전순찰원은 같은 순찰조원과 함께 지인 부친상 조문을 위해 근무시간 중 사전승인 없이 근무지를 이탈했고, 안전순찰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D지사는 민원 처리 과정에서 사전 동의 없이 민원인 휴대전화 번호를 유출한데 이어 민원 회신 기한 내 답변을 하지 않아 2차 민원도 유발했습니다.

E지사와 F지사는 점심시간 외부식당 이용 등을 위해 공사 소유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G처와 H본부는 I복합휴게시설 등 부지 조성공사 이후 휴게소 부지에 대해 공부상 지목이 변경된 날 등으로부터 60일 이내에 토지형질변경에 따른 취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함에도 이를 지체하는 등 간주취득세 신고·납부업무를 소홀히 한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심지어 J본부는 휴게소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근태를 확인하는 등 목적 외 용도로 CCTV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기간제 사무원을 채용하면서 준감시인 자격을 상실한 직원을 면접전형에 입회시키고, 직종·분야가 다른 외부평가위원을 평가에 참여시키는가 하면,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어기고 지원자 성명을 평가표에 기재하기도 한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도로공사 감사실은 내부 직원들의 이같은 부정행위에 대해 “징계와 경고 등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도로공사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부정 위 외에도 지난 12일 K본부의 대리급 직원이 차장 승진 시험을 위해 한 달 동안 개인 휴가가 아닌 공무 외출 결제를 받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공부해 승진시험에 합격했다는 블라인드 글이 올라와 또 다시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도로공사 직원으로 보이는 작성자가 “합격하고 나서 이 자가 한 달치 공무외출 쓴 게 발각됐다”면서 “신상도 털렸고 공범은 와이프(사내부부)인가 보다. 팀장이 아니라 와이프한테 결재 올린 듯”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진숙 사장은 취임 당시 “오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인사로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혁신을 외친 지 2년이 지나도록 그대로인 현실에 말로만 혁신을 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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