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점령한 낙하산, 그리고 ‘4·15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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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점령한 낙하산, 그리고 ‘4·15 활용법’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2.1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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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논란’ 이강래·김성주·김형근, 임기 남기고 결국 총선행… ‘시끌’
3대 국책은행 이어 증권 유일의 공공기관 예탁결제원마저 ‘관료 낙하산’
한국도로공사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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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을 기치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에서 ‘공공기관 ‘낙하산’이 잇따라 내려앉으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는데요.

새해 들어 금융공기업에서 또 낙하산이 내려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특히 금융공기업에 유독 낙하산이 많아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까지도 낙하산 비판에 가세하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금융공기업 낙하산으로 KDB산업은행 회장, 한국수출입은행장, IBK기업은행장 등 3대 국책은행장이 모두 이에 해당되는데요.

이 가운데 올해 첫 금융공기업 낙하산 스타트를 끊은 기업은행장의 경우 그간 10년 동안 내부 출신으로 채워졌었습니다. 3대 국책은행 중 유일한 자랑이었던 기록이 이번에 깨진 것입니다.

여기에 증권 유관기관 가운데 유일한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마저 낙하산으로 채워지면서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인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예탁결제원은 1974년 설립 이래 내부 인사가 사장 자리까지 오른 이력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료인사가 당연히 낙하산으로 내려와도 되는 줄 알았나 봅니다.

하지만 앞서 기업은행의 낙하산 이력을 깬 전력이 있듯이 예탁결제원의 관료인사 기록을 깰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운 면이 크네요.

문제는 오는 4월 15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던 공기업 수장들이 임기도 채우기 전에 퇴임을 하면서 또 다시 시끄러운데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전 사장은 전북 남원·순창·임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은 청주 상당구,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은 전북 전주병 출마를 위해 최근 물러났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표적인 공공기관의 낙하산 논란 인사들의 이력을 정리했습니다.

왼쪽부터 이강래, 김성주, 김형근.
왼쪽부터 이강래, 김성주, 김형근.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전 사장, 문재인정부 첫 공공기관장

먼저 최근 가장 핫한 인사는 바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전 사장인데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임기 2년 만인 지난해 12월 퇴임해 비난이 빗발치고 있죠.

문재인정부가 내각을 완성한 후 첫 인선된 공공기관장이라 상징성이 크게 작용하나 봅니다.

이 전 사장은 1998년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16·17·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며,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서대문을로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명지전문대 석좌교수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동교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정권 교체의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 11월 29일 한국도로공사 제17대 사장으로 취임했고, 2019년 12월 17일 퇴임했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 문재인 대선 캠프 인사

2017년 11월 임명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입니다. 여기에 전문성 문제로 낙하산 논란이 컸는데요.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게 전부라는 것이죠.

김 전 이사장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문재인 대선캠프와 국정기획위에서 전문위원단장을 맡으면서 복지 분야를 포함해 공약 전반을 손질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때문에 보은성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200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한 번도 임명된 적이 없었습니다. 1월 7일 공식 퇴임했습니다.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전 사장, 충북 대표적 친문

2018년 1월 취임한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은 충북의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죠.

2001년 민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노무현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취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냈고, 2010년 민주당 소속으로 충북 도의원에 당선됐으며, 충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했습니다. 또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상무위원 겸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충북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기획총괄본부장을 맡았습니다.

순수 정치인으로서 가스안전에 대한 비전문가인 김 전 사장이 발탁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죠. 지난 1월 2일 퇴임했습니다.

변창흠(왼쪽), 안현호.
변창흠(왼쪽), 안현호.

◆변창흠 LH 사장, 김수현 청와대 전 정책실장과 절친

2019년 4월 29일 취임한 변창흠 신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김수현 전 청와대 대통령서실 정책실장과 일하면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변 사장은 SH 사장 시절에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이던 김수현 정책실장과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업은 문재인정부 ‘도시재생뉴딜’ 공약의 토대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자문 국가균형위원회 전문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특히 SH공사 사장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으로 인한 직원 해고에 대한 ‘기망 행위’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 전력이 있는 등 임명 당시 도덕적 논란도 일었습니다.

◆안현호 KAI 사장, 청와대 일자리수석 내정됐다가 철회

2019년 9월 6일 취임한 안현호 제7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인사로, 항공하고도 무관한 관료 출신입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내정됐다가 인사검증에서 철회된 바 있으며, 그해 10월 KAI 6대 사장으로도 거론되며 낙하산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경상남도 함안 출신으로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 후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경부 기획조정실장과 제1차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역임했습니다.

KAI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안 전 차관은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 매우 높다”며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혁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수출시장을 개척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낙하산 논란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었죠.

왼쪽부터 이동걸, 방문규, 윤종원, 이명호.
왼쪽부터 이동걸, 방문규, 윤종원, 이명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2017년 9월 취임함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1999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위원회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고, 노무현 당선자 때인 2002~2003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을, 2003~2004년에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2007년부터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으로 일하다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1월에 갑자기 사퇴를 하는데요. 이를 두고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던 이명박정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후 동국대학교 초빙교수와 한림대학교 객원교수로 일하는 등 소위 야인(?) 생활을 하다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으로 활동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습니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친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인연

2019년 11월 취임한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친문으로 알려진 인사입니다.

제28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인연을 맺습니다. 그 인연으로 2018년에는 김경수 현 경남도지사 직속 경남도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냅니다. 당시 방문규는 경남지역에 연고가 없어 의외의 인사라는 말도 나왔었죠.

이후 1년2개월여 만인 2019년 11월에 제21대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합니다. 방 행장은 선임 당시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경수 도지사와의 인연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었습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이력

올해 1월 2일 임명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8~9년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습니다. 문제는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 비전문가라는 것입니다.

윤 신행장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를 받고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금융권 경력이 없는 전통적인 관료인 것입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내는 등 전 정권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1월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제22대 사장으로 선임된 이명호 사장은 금융위원회 출신이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인물입니다.

경남 거창 출신으로 행시 33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증권감독과장, 자본시장과장, 구조개선정책관 등 자본시장 관련 주요 보직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외교부 주인도네시아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를 거쳤습니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 사장은 금융위 출신으로서 전문성에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으나 관료 낙하산 대물림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었습니다. 민주당 또한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고까지 주장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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