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으로 1등 삼양라면, 그 뒤엔 ‘비정규직 눈물’ 있다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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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으로 1등 삼양라면, 그 뒤엔 ‘비정규직 눈물’ 있다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5.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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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증설에 ‘계약직’ 비중 20% 육박, 농심·오뚜기 1~2%대와 격차
도급인력 채용하다 노동부 시정 조치까지… ‘ESG 경영’ 더욱 신경 써야
삼양라운드스퀘어 빌딩 모습.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운드스퀘어 빌딩 모습.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최근 가장 ‘핫’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삼양식품입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불닭볶음면’으로 K-푸드 열풍을 일으킨 것은 물론, 해외 매출이 급증하면서 빼앗겼던 업계 수위 자리에 오르며 올해 들어서만 3배 가까이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이런 삼양식품이 의외로 고용 문제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29일 업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생산 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국내 라면업계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가운데 가장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며 ESG 실적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치솟은 2~3년 전부터 생산라인 증설로 가동이 급증하며 생산직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지난해 기준 총직원(2083명)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20% 가깝게 오르면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2020년 2.26% 수준에 불과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엔 총 1926명 가운데 비정규직 인원만 359명입니다. 비정규직 비중이 18.64%로, 전년(3.78%)에 비해 14.86%포인트나 늘어난 것입니다. 이어 지난해는 1.14%포인트 추가로 오르며 19.78%(412명)까지 비정규직 비중이 늘었죠.

삼양식품의 비정규직 비중은 국내 라면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해 농심의 비정규직 비중은 2.64%(5536명 중 146명), 오뚜기는 1.73%(3300명 중 57명)에 불과합니다. 특히 두 회사는 최근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 농심은 전년 대비 0.03%포인트(2.67%→2.64%), 오뚜기는 0.21%포인트(1.94%→1.73%) 각각 떨어졌습니다. 업계 3사 중 삼양식품만 유일하게 비정규직이 늘어난 셈입니다. 

이는 삼양식품의 채용 절차 때문으로 보입니다. 생산직을 채용할 때 기본적으로 계약직으로 뽑고, 이후 내부 기준에 따라 일정기간(통상 1년, 3개월~최대 2년)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이에 생산직 채용을 늘린 올해에도 회사의 비정규직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도급 인력을 채용하며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조치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계열사 삼양스퀘어밀(옛 삼양냉동)이 당국으로부터 도급 인력 10명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조치를 받은 것입니다. 삼양스퀘어밀은 삼양식품의 냉동 제품을 제조하는 자회사로 총 150명의 근무 인원 중 도급 인력은 20여명 수준입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노동부 권고에 따라 면담 등을 통해 도급 인력의 정규직 전환 의지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다만 삼양 측은 도급 인력의 경우 회사 측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고 이번 시정 조치도 ‘정규직 전환 권유’ 수준이라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실제 도급 관계에서 원청사업자는 직접 도급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근로 감독을 할 수 없고, 지시·감독한다면 사실상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해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기한까지 시정이 되지 않으면 법에 따라 과태료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양이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갑자기 계약직 생산 인력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식품업체들의 비정규직 비중이 1~5%인 것을 감안하면 20%의 (비정규직)비중은 도를 넘은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라면업계는 대표적으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인 만큼 사회적 평판도 고려해 가며 경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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