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더존비즈온의 회계 오류 대참사는 ‘고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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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더존비즈온의 회계 오류 대참사는 ‘고의’일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1.2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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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오류’로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됐는데… “회계 담당자의 실수” 해명
“명백히 회사 오류로 빚어진 사태” 주가 추락에 소액주주들 법적 대응 준비
누리꾼 “세무회계 전문가들 모인 곳인데 회계처리 실수?… 고의” 의혹 제기
국내 세무회계 프로그램 1위 기업인 더존비즈온에서 회계 오류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더존비즈온 사옥
국내 세무회계 프로그램 1위 기업인 더존비즈온에서 회계 오류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더존비즈온 사옥

국내 세무회계 프로그램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더존비즈온’이 회계 오류로 인한 정정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는 역대급 공시 참사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회사 측은 “담당자의 실수로 자기주식처분이익의 회계처리를 잘못했다”며 개인 일탈로 돌리고 있지만,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로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입니다. 여기에 일부 누리꾼은 ‘고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합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전날 더존비즈온을 공시오류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2점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27일 공시한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잠정)실적 내용의 50% 이상을, 이틀 뒤인 29일 변경공시한 것에 따른 처분입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더존비즈온은 지난달 27일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7% 급감한 16억2500만원이라고 잠정 공시했습니다. 그러다 이틀 뒤에는 3.1% 줄어든 108억9500만원이라고 정정 공시한 것입니다.

더존비즈온은 이에 대해 “자기주식처분이익의 경우 자본으로 반영되는 항목으로서 처분이익과 관련된 법인세 효과는 자기주식처분손익에 가감해야 하나, 담당자의 회계처리 누락으로 인해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즉 회계 담당자의 실수로 공시오류를 범했다는 설명입니다.

더존비즈온의 공시오류로 주가는 크게 추락하면서 손해는 온전히 주주들의 몫이 됐습니다.

잘못된 실적을 공시한 당일인 지난달 27일 더존비즈온 주가는 10.68% 급락하며 15거래일 만에 8만원(8만7000원)로 주저앉았습니다. 이튿날인 28일에도 7.59% 떨어져 이틀간 낙폭이 17.5%에 달했습니다. 겨우 8만원대에 턱걸이(8만400원)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신뢰를 잃은 더존비즈온 주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면서 결국 7만원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전날인 24일 종가는 7만6700원입니다. 이는 올해 초 11만6500원 대비 무려 34%나 빠진 것입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같은 주가 급락에 한 주주는 “더본비즈온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고도 했습니다. 공시 오류로 주가가 급락해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들은 명백히 회사 측의 회계 오류로 빚어진 사태이니 만큼 회사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손해배상과 관련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국내 1위의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에서 회계처리 오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한 누리꾼은 “나름 세무회계 전문가들이 모인 곳인데 자기주식처분 회계처리를 실수한다? 회계 원리를 수강한 대학생 앉혀놔도 아는 내용”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에 숫자 잘못 기입한 것도 아니고 기업 회계처리에 관한 사항이면 당연히 내부에서 컨펌이 됐다는 얘기”라면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이고,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도출할 수 있는 추론은 ‘고의였다’는 것이다”라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이 누리꾼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는 “베인이 더존에 들어올 때부터 주가가 작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정실적공시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불가하다는 걸 알고 이를 이용해 일부러 작업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은 올해 3월 1일 더존비즈온 지분 4.77%를 1650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습니다. 이후 더존비즈온은 7월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동욱 베인캐피탈 전무를 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베인캐피탈이 주주로 참여하기 전인 2월 26일 11만원이던 주가는 베인이 참여한 이후인 3월 2일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8만~9만원대를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지난달 25일 10만원을 겨우 회복했으나 공시오류 이후에는 또 다시 하락국면에 접어들면서 결국 7만원대까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한편 앞선 누리꾼이 말했듯이 공시오류는 회사 측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잠정실적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벌점도 2점에 그쳐 관리종목 대상(벌점 15점)도 아닙니다. 하지만 회계세무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벌어진 회계 오류는 치명타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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