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LG도 열애에 빠졌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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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LG도 열애에 빠졌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뭐길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1.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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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게놈’으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서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소재로 가장 주목 받아
CJ제일제당, 고바이오랩·천랩에 1000억원대 투자… LG화학은 항암제 신약 권리 인수
마이크로바이옴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마이크로바이옴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CJ제일제당과 LG화학, 유한양행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생소한 물질에 빠져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자 이와 관련된 종목들도 주식시장에서 들썩이고 있는데요. 도대체 마이크로바이옴이 뭐기에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는 걸까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세균과 바이러스 등 체내에 사는 각종 미생물을 통칭합니다.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 수는 순수한 인체 세포 수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유전자 수는 100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암과 희귀질환 등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의 게놈’으로 불립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소재로 가장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제약사 세레스가 FDA(미국 식품의약국) 임상 3상 중으로, 향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들이 투자와 M&A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CJ제일제당, LG화학, 유한양행 등 대기업들이 관련 기업 인수에 나서는 등 마이크로바이옴 선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천랩’을 인수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천랩은 국내 최대 규모 미생물 데이터 분석 능력과 기초연구 실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CJ제일제당이 가진 미생물, 균주, 발효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입니다. 인수 금액은 약 983억원으로,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2009년 설립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특화된 전문기업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으며, 병원 및 연구기관과 다수의 코호트 연구(Cohort, 비교대조군 방식 질병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유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개로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고, 올해 상반기에 천랩‧아주대의료원‧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고바이오랩은 건선과 아토피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국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업입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며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인 그린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천랩은 간암, 대장암 종양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이는 균주에 대해 임상 1상을 준비 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신약 권리를 인수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오 기반 생물학적 제제 제조기업인 지놈앤컴퍼니와 함께 동아시아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GEN-001’에 대한 동아시아 권역(한국 포함)에서의 독점적 임상시험, 허가 및 상업화 권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요.

LG화학은 지놈앤컴퍼니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면역항암 분야에서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연구 및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초기 임상 단계에 있지만, 기존 화학의약품이나 바이오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10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GEN-001의 임상 2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GEN-001은 건강한 사람에서 분리 동정한 락토코커스 락티스 단일균주를 주성분으로 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유한양행도 지난 4월부터 총 389억원을 투자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메디오젠의 지분 3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메디오젠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술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데요.

독자적인 특허 코팅공법으로 프로바이오틱스의 다양한 기능성(질 내 환경개선, 체지방 감소, 혈당 강하, 간기능 개선, 구강환경개선, 면역증진, 근력개선, 갱년기 개선 등)을 연구하고 있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사업으로 난배양성 미생물인 장내세균의 대량배양 표준화 시스템 구축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일에는 순천향대학교 PMC 센터(프로바이오틱스·마이크로바이옴 융합연구센터)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기반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순천향대학교 PMC 센터는 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거점 센터입니다.

백남수 메디오젠 대표이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관련 국내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 기반의 연구 교류가 원활히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생산시설을 자체 구축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종근당바이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간·신장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이크로바이옴 유치에 적극적입니다. 최근 영주시는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광운대마이크로바이옴센터, ㈜마이크로바이옴이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요. 바이오 유망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고부가 바이오신산업 육성이 목적입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앞으로 영주시는 농축산분야에 특화된 산업화 방안을 모색하고, 기관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공동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도 마이크로바이옴 원천기술 확보에 나섰습니다. 2025년까지 총 115억원이 투입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의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선정된 화성시는 지난 11일 9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맺었습니다. 시는 “최종적으로는 인체 내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화장품의 사업화까지 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받으면서 주가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천랩의 경우 지난 7월 CJ제일제당에 인수되기 직전인 7월 초에 3만6000원대에 거래되다가 CJ제일제당에 인수된 7월 22일에는 6만4200원까지 올랐습니다. 전 거래일(4만9400원) 대비 무려 29.96%까지 폭등한 것입니다. 현재는 조금 내려앉았으나 여전히 4만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터넷상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주들이 거론되며 회사명과 기업 내용, 실적들이 상세히 소개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관련 시장은 2019년 811억달러에서 올해 935억달러, 2023년에는 1087억달러(1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있어 미국과 유럽에 뒤처진 대한민국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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