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장은 옷 벗었는데…
상태바
코레일, 사장은 옷 벗었는데…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0.12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객만족도 조작’으로 기소된 12명,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 조치 없어
코레일이 고객만족도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직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코레일
코레일이 고객만족도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직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코레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고객만족도를 조작해 당시 수장이 중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정작 해당 직원들은 아무런 징계조차 받지 않고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고객인양 속이고 고객만족도를 조작했던 코레일 직원들이 징계를 받지 않고 근무 중이다.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코레일 직원들이 고객만족도를 조작하려다 들통 난 것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감사에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19일 코레일 고객만족도 조작 의혹 감사결과 ‘2019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 회사 직원 208명이 신분을 속이고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일부 직원은 조사원을 속여 설문조사에 2~3번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담당 부서 주도로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현장 지원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단톡방에 조사원의 위치 정보를 알리는 등 조사 전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서울 지역 응답 191건 중 71.2%인 136건이 코레일 직원인 것으로 나타나 체계·조직적으로 설문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확인됐다.

코레일 직원들이 고객만족도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것은 성과급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지표에 반영돼 성과급 지급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국민소통 관련 지표 총 2점 중 절반에 가까운 0.8점이 설문조사에 배분된다.

국토부는 “설문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코레일이 소속 지역본부 또는 부서 단위로 실시하는 자체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유리해 조직적으로 설문조사 조작을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관련자 30명을 징계 등 문책하고, 16명을 수사 의뢰를 조치했다. 현재 12명이 기소돼 조사 중이다.

문제는 고객만족도 조작에 가담한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다. 코레일 인사규정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를 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코레일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이번 감사결과와 향후 진행될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전원에 대해 엄중 문책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은혜 의원은 “성과급을 위해서 고객만족도를 조작해도 징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내 온정주의는 큰 문제”라면서 “결국 코레일의 이런 행태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해당 사안으로 인해 코레일은 고객만족도 지표에서 0점을 받았다. 또 2020년도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 분야의 낙제점이라 할 수 있는 E등급을 받았다. 이에 책임을 지고 당시 임기가 2022년 3월까지였던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중도 사퇴까지 했다.

한편 코레일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상습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반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은 덕분에 2017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인 S등급을, 2018년에는 A등급을 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