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민목숨 달렸는데 게임? ‘사고철’ 코레일 이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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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민목숨 달렸는데 게임? ‘사고철’ 코레일 이유 있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2.2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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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판 뒤 책상에서 모바일 게임… 근무 시간 중 침대에 누워 휴대폰·TV 시청
감시원은 열차감시 도중 휴대전화 사용하고 작업책임자는 작업현장 이탈까지
‘안전’ 강조 오영식 전 사장 잇단 사고로 낙마… 손병석 사장, 말로만 안전 안돼
사진=코레일
사진=코레일

“안전은 철도의 기본이다. 국민이 믿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 종합적 안전혁신 대책을 마련하겠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손병석 한국철도공사(KORAIL, 코레일) 사장의 일성입니다.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2018년 12월 강릉선 KTX 탈선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취임한 손병석 사장이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을 수밖에 없죠.

취임식도 철도공사 강당이 아닌 경기도 고양 KTX 차량기지에서 가지면서 철도 현장 안전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취임식 직후에 KTX차량기지 정비현장 점검으로 첫 행보를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손 사장의 안전 행보는 이후에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국민과 직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상사고 제로화를 목표로 철도안전에 대해서는 무한의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전을 위해 올 한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공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손병석 사장의 안전 공언은 그야말로 ‘공염불’이 돼가는 듯합니다. 일선 현장은 영 딴판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인데요.

손병석 코레일 사장/사진=코레일
손병석 코레일 사장/사진=코레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철도공사 2020년 1월 정기감사결과 보고서에는 근무 중에 TV를 보거나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으로 하는 등 안전과는 거리가 먼 행태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1월 내부감사는 설 대수송기간 명절분위기에 편승한 근무기강 해이 및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행위 방지에 중점을 두고 실시한 감사였습니다. 손병석 사장도 1월 25일 전국 열차 운행을 종합 관리하는 철도교통관제센터를 찾아 설 특별수송 대책과 열차 운행 상황을 점검하기까지 했었는데요.

하지만 현장은 안전행보와는 거리가 있는 듯했습니다.

A역에서는 일반병가를 연간 60일을 초과해 사용할 수 없는데도, ‘30일 미만 병가’로 등록 및 동일한 사유의 병가를 나누어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간 사용가능한 병가일수(60일)를 초과해 사용하다 적발됐습니다.

B역에서는 근무 시간 중 침대에 누워 휴대폰 영상을 보는가하면 C역에서는 근무시간에 TV를 시청하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작업계획서 작성도 엉터리였습니다. D사업소는 역에 유치된 장대트로리 상차작업에 투입된 인원을 실제와 달리 작업계획서에 작성했고, E사업소는 작업계획서에 작업시간이 기입되지 않은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 등 업무태만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게다가 F사업소 현장직원은 조작판 취급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작판 뒤 책상에서 모바일 게임까지 하는 위험천만한 행동도 했더군요.

이 외에도 연동장치 점검을 하면서 철도운행안전협의를 시행하지 않고 작업을 시행했고, 승무 업무를 수행하면서 서명 누락, 신호계전기실 전자식 출입카드를 보관함에 보관하지 않고 개인별로 소지하는 등 근태가 엉망이었습니다.

코미디 같은 현장도 발견됐습니다. G역은 비닐하우스를 임의 설치해 각종 채소를 무단으로 경작하고 있었더군요.

위험한 현장도 나왔는데요. H사업소는 가연성 가스인 LPG용기와 산소용기를 저장소에 각각 구분하지 않고 혼재해 보관하다 들켰습니다. 또 감시원은 열차감시 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가하면 작업 중인 시간에 작업책임자는 작업현장 이탈도 했습니다.

철도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은 철도 이탈과 추돌 등으로 인해 소중한 인명을 앗아가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를 똑똑히 봐 왔습니다.

2003년 발생해 35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대구지하철화재참사,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당시 19세) 사망 사건 등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오영식 전 사장의 불명예 퇴임까지 가져왔던 2018년 12월 강릉 KTX 탈선 사고는 선로전환기 배선이 반대로 시공돼 불러온 참사로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의 현장을 확인시켜 줬죠.

오영식 전 사장도 2018년 2월 취임사에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을 꾸준히 강조해왔으나 연이은 사고로 결국 사퇴에 이르렀는데요.

손병석 사장 또한 취임 당시부터 안전을 강조하고 있으나 지난 1월 7호선 지하철이 신풍역 부근에서 차량과 차량을 잇는 중간 연결기인 봉 연결기가 절단되며 지하철이 멈춰서는 사고에 이어 2월에는 경부선 구로역-가산디지털단지역 사이에서 선로보수장비가 탈선하는 등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임 1년도 안 돼 퇴임한 오영식 전 사장을 거울삼지 않는다면 손병석 사장 또한 앞날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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