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의 람보르기니도 ‘법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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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의 람보르기니도 ‘법인차’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9.0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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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까지 1억원 이상 고가 외제자 65%가 법인차로 팔려
사적유용·탈세 의혹에 뒤늦게 ‘무늬만 법인차 방지법’ 발의
고가 수입차의 탈세의혹이 불거지자 무늬만 법인차를 방지하는 법안이 뒤늦게 발의됐다. /사진=롤스로이스 컬리넌
고가 수입차의 탈세의혹이 불거지자 무늬만 법인차를 방지하는 법안이 뒤늦게 발의됐다. /사진=롤스로이스 컬리넌

사적 유용이 의심되면서 탈세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고가 수입차의 법인용 구매가 폭증하고 있으나 이를 제지할 법률이 뒤늦게 발의되면서 법이 현실을 뒤쫓아 가고 있는 형국이다.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에 1억원 이상 고가의 수입차는 총 3만9965대가 판매됐다. 이 중 법인이 구매한 물량이 2만6075대로, 65.2%를 차지했다.

특히 5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슈퍼 SUV ‘컬리넌’은 국내 판매 물량 39대 중 36대가 법인차였다. 4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의 스포츠가 ‘우라칸’ 역시 올해 40대 판매된 차량 중 38대가 법인차였다.

법인차의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연간 감가상각비와 유지비(유류비, 보험료, 자동차세, 통행료 포함)를 1000만원 한도에서 법인세법상 손실금(비용)으로 처리해 준다. 또 법인차를 업무에 사용했다는 운행 기록부를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 역시 사업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감면해 준다. 게다가 100% 업무용으로 사용했다고 기록부를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 전액이 경비로 인정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악용해 법인차로 구매한 뒤 오너나 임원들이 개인차로 유용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구매했다면 당연히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법인 업무용으로 등록해 회피하는 것은 탈세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개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는 법인차량 혜택을 줄이는 내용의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지난 2016년 개정했다.

5년 동안 유지하면 구입비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던 것을 최대 800만원으로 제한했고, 유지비도 무한정에서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 일지를 작성해 입증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에도 고가의 법인차 구매는 줄지 않았다. 2016년 1만4664대였던 법인차 구매는 2017년 1만6813대로, 지난해에는 2만9913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7월까지 판매량이 이미 2만6075대를 기록해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판매량이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이 구입한 법인차를 사적으로 유용해 탈세를 해도 세무당국에 적발이 어렵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업무용으로 등록된 법인 명의 차를 주말 대낮에 강남 도산대로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린 현장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인차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다.

미국의 경우 출·퇴근에 쓰이는 것은 업무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영국은 법인차의 업무 관련성을 고용 의무 수행과 일시적 근무지로 출근하는 경우만 인정한다. 영국은 또 법인차를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급여 성격 부여)해 사적 사용분에 대해서는 개인소득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무늬만 법인차’ 논란이 지속되자 국회가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용 차량으로 구매한 후 세금 탈루나 사적유용을 방지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인이 1억원 이상 차량을 구매하면 법인세 손금불산입(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인정돼도 세법에 따른 세무회계에서는 손금으로 처리하지 않는 회계)을 하고 사용·운행 등이 의심이 가는 법인차는 세무당국이 운행점검을 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내국법인이 업무용승용차를 취득하거나 임차해 업무용승용차로 등록하면, 해당 사업연도에 발생하는 비용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용 사용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금액 계산 시 손금 산입해 법인세를 감면받고 있다.

그러나 업무용승용차로 보기 어려운 고가의 차량 등을 구매 또는 리스 후 이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해당 차량을 법인 명의의 업무용차량으로 등록해 관련 비용을 손금처리함으로써 사실상 법인세를 탈루하는 사례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용호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초고가의 스포츠카 등을 법인용으로 등록하고 사적으로 유용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인이 업무용으로 구매하는 차량이 왜 1억원을 초과하는 차여야만 하는지, 그것도 꼭 수입차여야 하는지 의아해한다”며 “어느 법인이 어떠한 업무 목적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사는 것인지 본질적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탈루 목적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만, 결국 상대적 박탈감은 성실납세자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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