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 만에 떠난 이문환 은행장, 케이뱅크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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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 만에 떠난 이문환 은행장, 케이뱅크에 무슨 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1.08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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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IT특사’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일신상 이유”… BC카드·우리은행 등 주주관계 주목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취임 1년도 안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케이뱅크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취임 1년도 안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케이뱅크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로 유상증자 등 현안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적임자.”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엿새가 지난 2020년 3월 11일. 케이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장 최종 후보를 확정합니다. 1963년생인 후보자는 1989년 KT에 입사해 요직을 거치며 황창규 전 회장의 ‘IT특사’로 불린 인물입니다. 특히 2018년부터 2년여 동안 BC카드를 이끌며 금융 ICT 융합 기반의 혁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해법을 찾고 있으며 주주끼리 협업해 시너지를 확대하겠다.”

케이뱅크가 1년여 만에 새로운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20일이 지난 2020년 8월 4일. 4000억원 유상증자에 힘을 얻은 이문환 행장은 취임 4개월 만의 간담회에서 포부를 밝힙니다. ‘KT 대리점과 제휴’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이야기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던 이 행장이었기에 5개월 뒤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케이뱅크 2020년 3분기 수익성 지표. /자료=케이뱅크
케이뱅크 2020년 3분기 수익성 지표. /자료=케이뱅크

지난해 3월 31일 공식 취임한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2년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오늘(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전날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케이뱅크는 이에 따라 오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차기 행장 후보자를 선정,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입니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고 정상화를 이끈 ‘구원투수’였습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지난해 7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으며, 같은 달 대출 영업을 재개해 은행을 정상화 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여신을 1년 새 1조2194억원이나 늘려 건전성 개선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 행장이 물러나자 케이뱅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에는 케이뱅크의 인사권을 좌우했던 KT의 지위 변화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KT에서 BC카드로 바뀌었습니다. KT는 간접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현재 케이뱅크 보유지분은 보통주와 전환주를 모두 포함한 합산 지분율 기준으로 BC카드 34, 우리은행 26.2, NH투자증권 10%입니다. BC카드가 KT로부터 지분 10%를 받아 대주주에 올랐지만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BC카드의 추가 자금조달이 관건이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BC카드는 지난해 3분기 1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1년 사이에 41.1%나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의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은행법상 은행이 특정 회사의 지분을 15% 넘게 취득하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합니다. 따라서 케이뱅크가 추가 증자에 나설 경우 참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으로서는 경영권에 대한 간섭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문환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주사들과의 시너지 창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이문환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주사들과의 시너지 창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낙하산 인사 내정’ 등 여러 추측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지난해 6월 업무제휴를 맺었던 내용에 비춰 유추하기도 합니다.

“잘린겨? 도망치는겨?” “케뱅 문제 있나. 망하는 기가” “코인 제도화되면서 여러 조사 들어갈 텐데” “정부에서 낙하산 보내려고 내쫓는군. 금융 낙하산은 독버섯이다” “이거 좀 묘하네 업비트가 케이뱅크만 이용 가능한데 지금 비코(비트코인)가 떡상 중이고 뭔가 묘해. 더 오를라나” “뭔가 수상한데 보통 취임하고 1년만에 사퇴하진 않을 텐데. 1년이면 이제 자기가 일 좀 하려는 시기 아닌가” “이거 냄새난다...업비트랑 뭔가 있다” “큰 사고 터질 걸 안건가?” “이제 코인 빗썸으로 보내서 농협으로 출금해야 되나” “은행 부실 시작인가”.

이전 대주주였던 KT의 기업문화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kt의 관료주의와 군대식 상하관계 굳어있는 직장문화가 케이뱅크를 몰락시킨 원인이다. 당장 저 사진만 봐도 정장 차려입고 있다” “아파트담보대출 잔뜩 기대했더니...과장광고에 속았다..최저금리는 도저히 맞추기 힘든 조건이고 일반적인 조건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담보대출 한다길래 케이뱅크 와~했더니...역시~였어...카카오뱅크에 비해 역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역시 수준이 옛KT 수준을 못 벗어나는구나 했음”.

한편 케이뱅크는 이 행장의 사의 표명 직후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직무대행은 우리은행 출신인 정운기 부행장이 맡습니다. 정 부행장은 케이뱅크 출범 때부터 재무관리본부장을 맡으면서 재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오늘 가동에 들어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이달 안으로 차기 은행장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문환 행장은 앞서 언급한 지난해 8월 간담회에서 “추가 증자 자본금은 1조4000억~1조5000억원은 돼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증자는 내년 중반쯤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반년쯤 남겨둔 케이뱅크 증자 로드맵에 어떤 인물이 나서서 성공을 거둘지, 우리은행은 얼마나 참여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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