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주식시장에 등장한 이재명·이낙연·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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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주식시장에 등장한 이재명·이낙연·윤석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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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테마주, 여론조사 발표 때마다 ‘널뛰기’… 코스피는 나흘째 ‘최고가 행진’
눈 쌓인 만리장성. 1987년 증시 테마주였던 '만리장성 4인방'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사진=픽사베이
눈 쌓인 만리장성. 1987년 증시 테마주였던 '만리장성 4인방'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사진=픽사베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세워라.”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87년 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만리장성 4인방’이 떠오릅니다. ‘대한알루미늄·태화·삼립식품·한독약품’이 그들입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을 차단하는 시설물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올라탄 것입니다. 알루미늄 섀시를 납품하고 노동자들의 검정 고무신과 먹을거리인 호빵을 먹다 체하면 훼스탈을 공급할 것이란 소문이 퍼진 것입니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가 발표된 4일 이들과 관련된 종목의 주가도 함께 출렁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낙연 SNS, 경기도, 대검찰청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가 발표된 4일 이들과 관련된 종목의 주가도 함께 출렁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낙연 SNS, 경기도, 대검찰청

▲함께 오르거나 함께 떨어진다. ▲특정 뉴스가 나오면 분초 단위로 반응을 보인다. ▲소형주, 특히 천원 미만의 동전주가 많은 편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진 사건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테마주’의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리장성 4인방 이후 2007년 대선에서 4대강 사업 테마주가 폭등한 뒤로 정치 분야 등 각종 테마주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나흘째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운 오늘(4일)도 정치 테마주가 떠올랐습니다. 진원지는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입니다. 이달 첫째주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는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었더니 ▲이재명 경기도지사(2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6%) ▲윤석열 검찰총장(1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상 1%) 순서였습니다.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 15%인 이번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자료=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자료=한국갤럽
/자료=한국갤럽
/자료=한국갤럽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들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의 주가도 즉각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동신건설(025950)입니다. 장을 열자마자 시장에서 유일하게 가격제한폭(29.72%)까지 오르더니 1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동신건설은 이 지사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가 있어 ‘이재명 테마주’로 불려왔습니다.

이밖에 형지엘리트(093240)는 전거래일보다 3.53% 상승한 2785원, 에이텍(045660)은 4.61% 오른 3만18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교복을 만들어 파는 형지엘리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무상 교복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에이텍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있을 때 최대주주가 포럼 운영위원직을 맡은 바 있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됩니다.

반면 지지율 조사에서 2위로 밀려난 이낙연 대표 관련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남선알미늄(008350)은 2.65% 하락한 422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SM그룹 계열사 남선알미늄은 같은 그룹 내 계열인 삼환기업에 이 대표의 동생 이계연씨가 대표이사직을 지냈다는 이유로 ‘이낙연 테마주’로 묶여왔습니다. 하지만 이계연씨는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 주가 추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 주가 추이.
위에서부터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4일 주가.
위에서부터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4일 주가.

이밖에 남화산업(111710)은 전거래일보다 5.73% 떨어진 1만700원, 이월드(084680)도 4.39% 내린 327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남화산업 최재훈 대표와 이월드 박성수 회장은 이낙연 대표와 단지 광주제일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분류돼 오고 있습니다. 이날 여권 대선 주자들의 테마주와 함께 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윤석열 테마주’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덕성과 서연·진도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들입니다. 이날 덕성(004830)과 덕성우(004835)는 각각 2.44, 4.47%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합성피혁·합성수지 등을 판매하는 덕성의 이봉근 대표이사와 김원일 사외이사가 윤 총장의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이라고 알려지자 윤석열 테마주로 묶인 것입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서연(007860)은 이날 4.62% 떨어진 1만1350원을 기록했습니다. 서연은 유재만 사외이사가 윤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며,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분류됩니다. 또 모피제품을 파는 진도(088790)는 6.45% 내린 4715원에 마감했습니다. 진도는 안호봉 사외이사가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오며 특정 테마주 중심으로 순환매가 나타나는 현상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주의 지정’이 모두 6936건 발생해 지난해 전체의 4배를 넘었습니다. 같은 기간 ‘경고 지정’은 8건으로 1건 늘었습니다. 투자에 경고등이 켜진 것입니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오늘 양 주식시장은 활짝 웃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35.23p(1.31%) 오른 2731.45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6.15p(0.68%) 상승한 913.76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특히 코스피는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반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4.9원 내린 1082.1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가파른 원화 강세에 외환당국이 나설지 주목됩니다.

'남해회사'의 주식 사재기 열풍을 그린 작품. /사진=위키피디아
'남해회사'의 주식 사재기 열풍을 그린 작품. /사진=위키피디아

1711년 영국에 노예를 중개하는 ‘남해회사’가 세워집니다. 경영이 신통치 않던 회사는 금융회사로 변신을 꾀합니다. 주식과 국채 교환으로 버블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9년이 지나자 거품처럼 회사는 사라집니다. 1000파운드 주식이 33파운드가 된 뒤, 아이작 뉴턴에게도 2만파운드의 적자 장부가 안겨집니다. 과학자도 풀 수 없는 투자의 세계입니다.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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