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올라가면 노동자는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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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올라가면 노동자는 쓰러진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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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총 19명 과로사 등으로 사망… 올해에만 9명 목숨 잃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2019년 8월, 택배근로자 A씨는 사업장에서 물건 하차 작업 중 갑자기 의식이 처지면서 쓰려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결과는 뇌혈관질환, 즉 과로사였다.

같은 해인 2019년 7월에는 택배근로자 B씨가 도로에 택배운송차 시동을 켜놓고 핸들에 고개를 숙인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인은 고혈압, 급성심장쇼크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산업재해로 숨진 택배 노동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및 산하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택배 물류 통계 및 택배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19명의 택배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이 올해 사망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 증가가 택배 노동자 산재 사망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 물동량을 보면 2015년 18억1596만개에서 지난해 1.5배 이상인 27억8979만개로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는 2월 이후 택배 물동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1월은 2억4천549만개로 지난해 1월 2억4천285만개와 비슷했다. 그러나 2월부터는 차이가 확연히 나타났다. 2~7월 합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3억4280만개에서 올해는 16억5314만개로, 약 20% 급증했다.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연간 산업재해 택배 근로자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 125명이던 산업재해 택배 근로자가 지난해 18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6월 말 기준 129명으로, 2016년 1년간 산업재해자 수를 이미 넘어섰다.

주요 택배업체별 산재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은 2017년 2명에서 2020년 8월 14명으로 7배 늘어났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연말이 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우체국택배는 2017년 1명에서 2020년 8월 기준 28명으로 증가했다. 1인 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구분되는 택배기사까지 포함하면 2017년 총 51명에서 2020년 8월 100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 증가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등 올해만 택배 근로자 9명이 사망한 가운데 택배 회사들은 아직도 추가 인원 투입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부는 산재 사망 감소 대책을 마련하는 등 극한 노동을 펼치고 있는 택배 근로자 문제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택배 회사들이 국토부 권고안에 따라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는지 다가오는 국정감사를 통해 더욱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 노동자들은 물량폭증에 택배기사들이 '번아웃'을 외치며 공짜 노동인 분류작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17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을 포함해 4000여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오는 21일부터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대상이 되는 택배회사는 롯데·한진·CJ대한통운·우체국 등이다.

진경호 대책위원장은 “파업이 아니라 분류작업 거부가 입장”이라고 밝혔다. 분류작업은 배송 전 물류 터미널에서 배송할 물품을 담당자가 맡은 구역별로 세분화하는 작업이다.

그간 대책위는 택배노동자들이 전체 근무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에 동원되고 있지만,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며 ‘공짜 노동’이라고 비판해왔다.

대책위는 “28년 전 택배가 처음 도입될 때 기사들이 시키니까 한 것에 불과하다. 관행적으로 지금까지 해왔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 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언제든지 분류작업 전면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작업 거부에 국토교통부는 추석 성수기 기간인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한 달간 물류터미널의 분류 인력·차량 배송지원 인력 등 하루 평균 1만여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1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조문 어디에도 하루 평균 6~7시간이 걸리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들의 업무라고 규정한 조항이 없다"며 “올해만 벌써 7명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있었다. 코로나19에 추석 명절 물량까지 늘어나면 동료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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