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대비하라”… 회장님들의 ‘뉴노멀 전략’
상태바
“코로나 이후 대비하라”… 회장님들의 ‘뉴노멀 전략’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08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 수장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변화에 직면할 것… 디지털로 무장”
“세계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해야”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전기차로 글로벌 기업 전환에 가속도… “배터리 사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세상은 이제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최근 쏟아내는 한결같은 말입니다. 이제는 마치 관용구처럼 쓰일 정도인데요.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걸맞은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성을 여기저기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나와 있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You can't put new wine in old bottles)라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 시대입니다.

전 세계 지구촌을 뒤흔든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과 사고를 모두 바꾸어 놓았고, 코로나 이후 의식과 생활이 확연히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새 시대에 맞는 새 시스템 구축에 너도 나도 머리를 모으고 있는 이 때, 과연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대기업 수장들의 행보는 어떨지 궁금해지는데요. 최근 이들의 말과 행보를 뉴스웰이 따라가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크게 ‘디지털’과 ‘새 먹거리’로 압축이 됩니다. 금융권은 생활방식이 사람과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으로 변화함에 따라 디지털을, 산업계는 사고의 전환에 맞는 새로운 먹거리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왼쪽부터 조용병, 손태승, 허인, 여승주, 신창재
왼쪽부터 조용병, 손태승, 허인, 여승주, 신창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기술에 따뜻한 감성 아날로그를 조화시킨 ‘디지로그’(Digilog) 상품 개발에 본격 나섰습니다. 이의 실행을 지원하기 위한 ‘디지로그 위원회’도 신설했습니다. 디지로그 위원회는 조 회장이 위원장으로 진두지휘하며, 7개 그룹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합니다. 여기에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그룹 공동 디지털 교육 체계’ 구축과 신한금융의 통합 R&D 센터인 ‘SDII’ 확대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5개 핵심 기술 및 신사업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그룹 디지털 리더십의 핵심인 ‘디지털 핵심기술 후견인 제도’ 역시 확장에 나섰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 3일 하반기 워크숍에서 “고객은 물론 기업과 직원들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서 야기된 재정건전성 악화 등 기업들이 겪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나, 언택트 문화와 같은 변화가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손태승 회장이 하반기 핵심전략으로 디지털 혁신을 꼽은 이유입니다. 손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및 비대면 문화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고객을 향한 진정성을 통해서 그룹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임직원들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당부했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지난 3일 전략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기업문화 전체를 바꾸는 디지털 혁신을 주문했습니다. 신 회장은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계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조직, 커뮤니케이션 방식,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시키라고 주문했습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 혁신에 가속도를 붙일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런 주문에 따라 국민은행은 오는 10월 중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전산시스템인 ‘The K 프로젝트’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지난 3일 전략회의를 통해 “한화생명 전 임직원들이 경쟁사보다 빠르게 ‘낡은 것을 깨고’(Break the Frame) ‘새로운 판을 준비’(Make New Frames)하는데 함께 가야 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이라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신동빈
왼쪽부터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신동빈

재계 톱4는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오너들이 뭉쳤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명은 글로벌에서 4차산업 혁명 주도를 위한 미래신기술 협업으로 ‘배터리 동맹’을 맺은 것입니다. 이들 4대 그룹 총수는 사석에서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도 유명하죠.

4대 총수들의 배터리 동맹은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번 동맹은 지난 5월 13일 충남 천안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단독으로 회동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번 둘의 만남은 이재용 부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에 대해 3시간 정도 회동한 뒤 헤어졌습니다.

이어 정의선 부회장이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회장과 회동을 갖고 미래 배터리에 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둘의 단독 만남은 처음입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업체들이 전기차로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배터리 확보에 경쟁에 치열해 지고 있어 배터리 대란이 관측됨에 따라 사전에 동맹관계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또 7월 7일에는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최태원 회장과도 만나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기술 협업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고에너지밀도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부터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주는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까지 미래차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 SK 주유소를 활용해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4대 그룹 총수 사이의 배터리 회동이 마무리 됐습니다.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후계자를 신동빈으로 한다”라는 내용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공개한 6월 25일 이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6월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고 난 후 귀국해 27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깜짝 방문한 이후 움직임이 없습니다. 앞서 코로나19 이후 6월 3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방문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그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발언한 이후 별다른 언행도 없습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기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천 방법은 다양해 코로나 이후 현재의 많은 지형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거로 회귀할 수 없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거의 모습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이 전개될 것이다. ‘안전’과 ‘공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변화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비대면 거래는 증가할 것이고 살아남기 위한 브랜드들의 몸부림인 빅블러(Big-Blur)와 미니멀과 특화 등이 극명하게 출현할 것이다.”

*빅블러:기존의 영역과 법칙이 무너지고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