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뚝’ 손보사, 보험료 안 내리고 또 배당 ‘펑펑’?
상태바
‘손해율 뚝’ 손보사, 보험료 안 내리고 또 배당 ‘펑펑’?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19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료 잇단 인상에 외출 자제 따른 자동차 사고 줄어 호실적 예약
보험료 인하는 한마디 없이 실적 악화했다며 배당성향은 되레 늘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손해율이 실적악화의 주범'이라며 보험료를 인상하라고 아우성쳤던 손해보험업계가 코로나19라는 때 아닌 호재(?)에 미소를 짓는 모습입니다. 손해율이 확 떨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파란불이 켜진 것입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율이 다시 악화할 것이라며 우는 소리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올린 보험료를 내리지 않겠다는 속셈을 비치며, 실제 ‘보험료 인하’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로 들어온 보험료 대비 사고가 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습니다. 손해율이 80%라면 보험사가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80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것입니다.

본지가 5대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5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분석한 결과 평균 80.9%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는 1년 전 90.4%보다 9.5%p 낮아진 수치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12월에 비하면 손해율 낙폭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지난해 12월 5대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122.7%였습니다. 올해 5월 기준 무려 41.8%p나 차이가 납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의 5월 손해율은 81.6%로 지난해 같은 기간(88.5%)보다 6.9%p 낮아졌습니다. 현대해상도 81.5%로 전년(90.5%)에 비해 9%p 떨어졌습니다. DB손보도 지난해(91.7%) 같은 기간보다 9.7%p나 떨어진 82.0%를 기록했습니다. KB손보는 81.0%로 전년 동기(89.5%) 대비 8.5%p 낮아진 수치를 보였습니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경우는 78.4%로 5대 보험사 중 가장 낮은 손해율을 보인 것은 물론 손해율 하락률도 지난해(92.0%)보다 무려 13.4%p 포인트 낮아지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빅5 모두 80% 내외를 기록하면서 업계에서 보는 적정손해율에 도달했습니다.

이들의 4월 손해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소 7.5~9.3%P 떨어진 79.1∼83.7%를 기록했습니다. 3월에도 지난해에 비해 KB손보(-9.4%p), 삼성화재(-5.7%p), DB손보(3.2%p)에서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3월부터 시작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입니다.

손보사들의 이같은 손해보험률 하락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자동차를 이용한 외출 감소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두드러진 자동차사고 나이롱환자 감소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같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입니다.

실제로 자동차를 이용한 외출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사고 접수율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들 5개 손보사의 5월 자동차보험 사고 접수건수는 37만9586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2만2245건)과 비교해 12.2% 하락한 것입니다.

이같은 손해율 개선에 더해 올해 초 평균 3.5%의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한 덕에 손보사들의 수입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9일 발표한 ‘2020년 수입보험료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상반기 두 차례 인상에 이어 연초 보험료 인상으로 보험료 수입이 전년보다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손보사들의 보험료 수입은 19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당초(17조5000억원) 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것입니다.

반면 업계는 3개월 간 손해율이 개선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하반기 태풍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손해율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이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낮아지는 손해율로,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손보사들은 앓는 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편 실적 부진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됐다는 손보사들이 배당에는 아낌이 없습니다. 오너들의 주머니를 가득 채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삼성화재는 3613억원을 현금배당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40% 줄어들었으나 현금배당 성향은 10.4% 늘어난 56.2%에 이릅니다. 삼성화재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14.98%)이며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20.78%) 회장과 삼성물산(19.34%)인데요. 삼성물산은 이재용(17.08%)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32.9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에 702억원을 현금배당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28% 줄어들었으나 현금배당성향은 2% 늘린 26.1%입니다. 최대주주는 오너인 정몽윤 회장으로 21.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DB손보는 949억원을 현금배당했는데요. 역시 당기순이익은 29% 감소했으나 현금배당성향은 1.3% 늘린 25.1%입니다. 오너인 김남호(8.3%) 부사장과 김준기(6.65%) 전 DB그룹 회장이 1~2대 주주입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배당한 현금은 947억원입니다. 현금배당성향(31.5%)은 유일하게 줄었으나 배당총액은 3억원 늘었습니다. 메리츠화재의 최대주주는 메리츠금융지주(53.4%)이며, 지주의 최대주주는 조정호(68.97%) 회장입니다. 2018년에 499억원을 배당했던 KB손보는 지난해에는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한 주주환원정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분율을 보면 결국은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펑펑 쓰고 있는 셈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