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신협의 정보유출 흑역사와 ‘n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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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신협의 정보유출 흑역사와 ‘n번방’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14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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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내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그리고 은행계좌까지 내 신상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있다면? 소름끼치는 일이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보편화하면서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시킨 불법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일명 ‘n번방’을 운영한 조주빈 등 일당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이들이 유출한 개인정보는 10대 미성년 여자아이부터 유명 여성 연예인과 배우, 아나운서 등 다양한데요.

이들의 개인정보를 n번방에 유출시킨 자는 조주빈의 조수를 자처했던 사회복무요원 최모씨(26)로 밝혀졌죠. 그는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 민원행정팀에서 근무하면서 200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하고 그 중 17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처럼 나도 모르는 개인정보 유출은 누구에게나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개인정보에 철두철미해야 할 은행에서 허락도 없이 개인정보를 수시로 들여다봐 논란이 되고 있죠. 바로 신협은행인데요. 논란의 요지는 개인정보를 들여다보거나 유출한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도 미약한 처벌 수위도 문제입니다. 신협의 개인정보 유출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먼저 지난해 12월 대구 동구의 A신협에서 직원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조회하다 덜미가 잡힌 일이 있습니다. 해당 신협은행을 거래하던 고객 B씨는 자신의 계좌 조회 내역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누군가가 무려 115회나 거래내역을 조회한 것입니다. 심지어는 은행 거래시간도 아닌 밤 9시에도 조회를 하고 은행 업무를 보지 않은 날도 조회를 한 것입니다.

B씨는 계좌조회로 거래내역은 물론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본 사실에 불안한 나머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이첩 받은 신협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은행직원 10명이 60차례나 부당하게 조회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주의 정도의 경징계로 마무리된 것으로 최근 알려졌는데요. 이유는 외부에 공개 즉, 유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상상조차도 힘든 일이지만 만약 조주빈과 같은 악질 범죄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되기라도 했더라면….

신협의 고객 정보는 이사장 선거에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청주의 C신협 이사장 김모씨가 해당 신협 이사장 보궐선거에 조합원 4600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자신의 선거에 이용한 것인데요. 김모씨가 신협 고객정보를 쉽게 빼낼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신협에 전무로 재직한 경력을 활용한 것입니다. 김씨의 상대 후보였던 민모씨도 조합원 1300여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선거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둘은 결국 입건됐습니다.

목포 D신협에서도 2014년 이사장 선거에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해당 신협 전무의 지시에 의해 상무와 지점장 2명이 400여건의 조합원 정보를 유출한 것인데요. 일부는 열람을 통해 수기로 작성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전무는 선거 중립 차원에서 강제휴가(명령휴가) 중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인데요. 발각되자 고객정보 유출에 관여한 직원들이 내놓은 해명은 “설날 전에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명단을 수집한 것”이랍니다. 고객(조합원)의 개인정보 유출이 어느 정도까지 됐는지는 확인이 안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개인정보를 유출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또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제공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습니다.

개인정보는 결코 처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자신의 정보를 유출 당한 그 사람의 전부인 것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맘대로 들여다보고, 정보를 빼내 선거에 이용하고 심지어는 범죄자에게 넘기기까지.

우리는 n번방의 경악할 만한 사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은 고작해야 5년이하의 징역형이거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국민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처벌수위에 공감하기 힘들 것입니다. 곧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21대 국회의원님들은 명심 또 명심하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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