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암초’에 걸린 현대로템 이용배, 길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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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암초’에 걸린 현대로템 이용배, 길이 안 보인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01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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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 전년대비 51.7% 늘어난 -2799억원… 당기순손실도 42.7% 증가
NICE신용평가, 신용등급 ‘A-’→‘BBB+’ 하향… “재무안정성 개선 제한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로템의 매출이 둔화한 가운데 신용등급마저 하향 조정돼 암울한 분위기가 드리워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플랜트부문과 철도부문에서 대규모 우발손실이 발생해 영업수익성이 급격히 저하한 것인데요.

특히 플랜트부문은 마이너스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현대로템의 전사적인 실적악화의 1등 공신(?)으로 작용하며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는 모양새입니다.

재무재표상 영업이익 항목에서 최근 6년간(2014~2019년) 마이너스 실적은 플랜트부문이 유일합니다. 물론 주력사업인 철도부문도 실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대규모 수주잔고가 있어 미운 오리새끼 취급은 당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방산부문만이 유일하게 적자를 보지 않고 있어 한국로템에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새로운 선장을 맞아 기울어진 배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기상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1일 금융감독원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로템의 매출액은 2조4593억원으로 전년(2조4119억원)보다는 소폭 늘었으나 5년 전(2014년)에 비해서는 25.5% 줄어들었습니다. 영업손실은 -2799억원으로 전년(-1962억원)대비 51.7% 증가했고, 당기순이익 또한 -2799억원으로, 전년(-1962억원)보다 42.7%나 늘어나는 등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차입금과 부채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등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순차입금은 1조839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했으며, 부채비율도 362.5%로 300%를 넘어섰습니다. 부채비율은 전년(261.2%)대비 38.8%p 증가한 수치입니다.

현대로템의 이같은 재무구조 악화는 플랜트부문과 주력사업인 철도부문의 실적저조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는데요.

플랜트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4263억원으로 전년보다 20.1% 줄었고, 영업손실 또한 3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수익은 5년 동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7~2018년 플랜트부문의 카타르 하수처리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우발손실(납기지연)이 발생, 추가 충당금이 생기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철도부문 역시 실적이 좋지 않은데요. 지난해 매출액은 1조3056억원으로 전년보다는 소폭(11.1%) 늘었으나, -2595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같은 영업손실은 2019년에도 시드니 철도 프로젝트의 설계변경 등으로 원가부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저조한 영업실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규모 수주잔고(2019년말 8조9000억원)를 확보하고 있어 점진적으로 영업수익에 청신호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국로템 사업부문 중에서 봐줄 만한 곳은 방산부문인데요. 지난해 매출액은 543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3%)이나마 늘었고, 영업수익도 91억원으로 40%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9년 4분기부터 K2전차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한국로템의 영업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로템 CI
현대로템 CI

문제는 현대로템의 수익구조를 전반적으로 볼 때 수익성 개선은 더딜 것이란 예상입니다.

대규모 수주잔고의 철도부문과 K2전차 양산이 본격화하는 방산부문은 수익성 개선이 전망됩니다. 하지만 플랜트부문은 대규모 우발손실 가능성은 감소했으나, 사업위축에 따른 고정비 부담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입니다.

NICE신용평가 측은 “현대로템은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중단기 2~4% 수준의 영업이익(EBIT)마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외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업경험 부족이나, 품질수준 미흡, 기술력 확보 지연 등으로 비경상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단기간 내 이익창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매출증가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확대가 예상돼 중단기적으로 영업창출 현금흐름에 기반한 재무안정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

이런 분석에 따라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현대로템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등급하향의 주요 근거로 2019년 대규모 손실로 재무 구조가 큰 폭으로 저하된 가운데 이익창출력 둔화와 운전자금 부담 등으로 중단기 영업창출 현금흐름에 기반한 재무안정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감안한 것입니다.

한편 현대로템의 수장이 지난해 말 전격 교체됨에 따라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취임 1년 만에 사임한데 이어, 27일에는 이건용 대표이사 부사장도 물러났습니다. 저조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후임으로 ‘재무통’인사를 발탁한 것도 이같은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신임 대표이사에 발탁된 인사가 바로 이용배 현대차증권 대표인 것입니다. 이용배 신임 대표는 경영관리실장, 기획조정3실장, 현대위아 기획·재경·구매·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을 거쳐 현대차투자증권(옛 HMC투자증권) 사장 등을 역임한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장이 재무통으로 교체된 현대로템의 올해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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