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프로듀스) 101' 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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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프로듀스) 101' 이 남긴 것
  • 김호덕 기자
  • 승인 2016.04.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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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의 바람을 몰고 왔던 '슈퍼스타 K'의 첫 방송 효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한 파급력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왜냐면 케이블 채널을 포함 지상파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가져다 쓰기에 바빴고 한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속에서 시청자들은 좋던 싫던 방송 채널의 선택권을 뺏겨(?) 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슈퍼스타 K' 이후에 또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이슈거리가 우리들의 안방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PRODUCE(프로듀스) 101'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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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그램은 101명의 아이돌을 희망하는 소녀(물론 그 소녀라는 이름에 언뜻 걸맞지 않은 참가자들도 있으나 소녀라는 대명사로 마음껏 지칭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니) 들이 참가하여 최종 11명의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참가자를 경쟁을 통해 가린다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의 첫회 방송부터 무한경쟁을 통한 데뷔 멤버를 뽑는다는 사실을 전혀 숨길 생각이 없는듯이 제작진은 '피라미드 형 좌석'을 만들어 놓은채로 참가자들을 맞이했으며 그동안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차별성을 가진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게 되는 참가자들을 매회마다 가려냈다.
 
이러한 포맷은 이미 일본에서 국민 그룹으로 인정받는 AKB48의 포맷을 따라한다, 경쟁만을 부추긴채로 이슈만을 위한 방송이다라는 비난을 충분히 감수하면서 시작했다.(제작진이 이러한 비난을 전혀 모르고 방송을 제작했다고는 전혀 믿지 않는다.)
 
필자 역시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 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이러한 형식의 걸그룹을 시도해보자는 권유를 했던적이 있었기에 해당 포맷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이 다만 그 시기와 타이밍만을 가려서 시도한 것이라고 확신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물론 친구에게 이러한 포맷을 권유했던 이유도 더도 덜도 없는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물론 세속적이고 가치도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그것과는 다르게 'PRODUCE(프로듀스) 101'은 방송사가 직접 주관을 하여 과정을 진행하였던 것이며 그 목표는 누가봐도 말은 정말 번지르르 하여 기름기만 가득한 '국민이 직접 선택한 걸그룹'의 런칭을 위한 것이었다.(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AKB48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운영하며 분기별 총선거를 통해 주력 멤버를 선정하고 그 이외의 나머지 멤버들은 소극장 공연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지난주에 방송되었던 'PRODUCE(프로듀스) 101'의 최종회에서 결국 그렇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처럼 포장된 '국민 프로듀스'들의 선택을 받은 11명의 멤버가 가려졌고 이제 '아이오아이'라는 그룹명을 가지고 1년동안 공식적인 '데뷔(활동)'을 하게 된다.
 
그 최종회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녀들 - 길게는 10년까지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지내왔던 - 의 인터뷰가 보여졌다.
 
그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은 그동안의 생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과정을 눈물과 함께 절절하게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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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들의 한결같은 바람과 목표는 단 하나, '데뷔'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기나긴 시간동안, 그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절의 많은 것들을 참고 이겨내고 바라던 '데뷔'라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데뷔'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그들을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어렵고 힘들게 지낼도록 밀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얘기하는 '데뷔'라는 것은 걸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고 인기라는 '에너지'를 얻는 기회를 얘기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들이 얘기하는 '데뷔'가 매우, 그리고 처절하게 필자에게 다가온 이유는 지금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굉장히 분명하고 명확하게 '데뷔'는 '성공', '데뷔를 못함'은 '실패'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버랩되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취업난, 경쟁, 양극화 등과 맞물려 필자의 머리속을 굉장히 참담하게 복잡하게 만들었다.
 
왜 우리사회는 한번의 성공과 실패가 인생을 결정하고, 또 그것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희망 한줄기를 허락하지 못하도록 망쳐버리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앞으로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미래 세대에게도 그대로 전가시키며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들의 욕심만을 위한 삶으로 추악하게 쌓아가고 있을까.
 
경쟁이라는 것 자체는 악한것이 아니다.  
 
다만 그 출발선이 동일하고 그것의 과정이 그들의 노력을 부당하게 빼앗지 않는 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PRODUCE(프로듀스) 101' 참가들이 보인 눈물이 필자에게 단순한 눈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지금의 사회를 중간 세대로서 살아가고 있는 필자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그들에게서 보였던 것 때문이며 그런 사회를 이대로 허락하고 방치한 필자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소녀들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그들의 눈물을 담아내는 방송과 사회는 그것만큼의 그릇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라면 그 그릇은 그 눈물이 낙숫물이 되어 언젠가 참담히 깨져버릴 것이다.

철없는 思考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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