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이 파괴하고 다시 쌓아 올린 ‘9천피 재계 순위’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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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이 파괴하고 다시 쌓아 올린 ‘9천피 재계 순위’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6.06.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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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S·HD현대·두산·한화… 지금 잘나가는 그룹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 아니다
/일러스트=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AI) 혁명이 불러일으킨 지각 변동이 갈수록 파괴력을 더하는 양상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 비중이 어느새 53.1%까지 치솟았다. 이들 두 종목과 단일 종목 레버리지에 쏠리는 거래대금만 하더라도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60∼70%를 오르내리고 있다. 2022년 11월에 오픈AI의 챗GPT에서 본격화한 AI 혁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자연계에서도 거센 폭풍우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온갖 지형이 바뀌듯이 증시 또한 마찬가지다. AI 혁명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센 흐름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시에서도 AI 혁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종목군과 그 밖의 종목군 사이의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주가 양극화는 대세 상승장이 전개될 때마다 매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이번만큼 초대형주 위주의 압축적인 상승을 보여준 사례는 일찍이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극심한 주가 양극화는 대기업 집단 사이에서도 뚜렷한 주가 차별화를 불러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주식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는 그룹별 시가총액 규모 측면에서도 실로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2016년 말부터 지난 주말까지의 시가총액 변화를 나타낸 아래 그림 하나만 보더라도 최근의 변화가 얼마만큼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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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현재 주요 16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6427조원에 이르는데, 10여년 전인 2016년 말에 기록했던 810조원에 비해 무려 8배 가까이 폭증한 상태다. 2016년 무렵만 하더라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이 16대 그룹 합산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8.6%에 이르렀으나, 코스피 지수가 9000포인트를 넘나드는 지금은 43.7%까지 줄어든 상태다. SK그룹의 시가총액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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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이 줄어든 빈자리를 가장 빠른 속도로 차지한 그룹은 단연 SK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불과 10.8%에 머물렀던 시가총액 비중은 어느새 36.2%까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올랐다. 시가총액 비중이 이토록 놀라운 속도로 불어난 경우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오래도록 삼성그룹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던 현대차그룹은 비록 3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으나 SK그룹 시총 대비 7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아득하게 벌어진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AI 혁명에 대처하는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분야가 아직까지는 AI 혁명과의 연관성이 한참이나 뒤떨어진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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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 시가총액 변화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특징은 신흥 강호 그룹의 폭발적 성장세다. HD현대와 한화, 두산그룹이 각각 시총 순위 5~7위에 나란히 진입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들이 새로 차지한 자리는 2016년 무렵만 하더라도 포스코(5위), 롯데(6위), CJ그룹(7위)의 몫이었다. 이들 가운데 포스코그룹은 그나마 3계단 아래인 8위로 내려앉았지만, 롯데와 CJ그룹은 각각 14위와 16위까지 떠밀려나고 말았다. 지금 진행 중인 AI 혁명이 짧은 기간에 얼마만큼 그룹별 위상에 심대한 변화를 초래했는지는 아래 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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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 시가총액 순위가 뒤바뀌는 원인은 결국 해당 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룹별 시가총액 변화를 '연평균 성장률'을 통해 살펴보면, 그룹별 성장 속도의 차이를 보다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로부터 자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SK, LS, HD현대, 두산, 한화, 효성그룹의 연평균 성장률이 다른 그룹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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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연평균 증가율이 최악에 속하는 그룹은 GS, 롯데, CJ그룹이다. 롯데와 CJ는 심지어 10년 전에 비해 시가총액이 도리어 감소하는 끔찍한 역성장을 겪고 있다. 두 그룹은 전형적인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를 지닌 데다, 2016년 사드 배치로부터 시작된 한한령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16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2020년 무렵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체 상태였다. 이들 16대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50% 중후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래도록 불변이던 상태는 지난해 조기 대선 이후부터 진행된 폭발적인 주가 상승 랠리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16대 그룹 합산 시총만 하더라도 불과 1년여 만에 4배 이상으로 급격하게 팽창했다. 시장 천체 시가총액에서 16대 그룹 시총이 차지하는 비중도 57.9%에서 80.9%로 단숨에 23%포인트나 급증했다. 초대형주 위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주가 양극화가 16대 그룹의 시가총액을 유난히 더 빠른 속도로 부풀린 셈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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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여 기간의 시가총액 변화에서 반도체 투톱을 등에 업은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따로 떼어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두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30%대에 머물렀으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에 두 배 이상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32.3%에 지나지 않았던 두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 주말 기준으로 시장 전체 시가총액 대비 64.7%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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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9년 6개월 동안에 16대 그룹의 시가총액 증가율(693.5%)은 시장 전체 증가율(424.7%)을 무려 270%나 앞설 만큼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그에 비해 해당 기간 16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단지 56.3% 증가하는데 그쳤다. 16대 그룹 합산 시가총액이 무려 5617조원이나 불어나는 동안 나머지 주식들은 고작 396조원가량 불어나는데 그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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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대비 그룹별 시가총액이 몇 배나 불어났는지를 살펴보면 소위 잘나가는 그룹과 죽을 쑤는 그룹 사이의 차이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최상위 다섯 그룹(SK, LS, HD현대, 두산, 한화)의 합산 시총은 해당 기간 적게는 8.5배, 많게는 26.5배까지 불어났다. 반면, 롯데와 CJ그룹은 시가총액이 30% 가까이 줄어드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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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그룹의 2016년 말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아 약 9년 6개월 동안의 시가총액 변화 추이를 관찰해 보면 지금 잘나가는 그룹들이 지난해 5월 30일 이후부터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HD현대, 두산, 한화그룹은 이미 2024년 말부터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고 있었으며, HD현대그룹은 심지어 2022년 말 이후부터 빠른 성장세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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