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마침내 기념비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 지난 27일 오랫동안 도달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5천피라는 고지 위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마침 하루 전에는 코스닥 지수 또한 천스닥이라는 별칭을 획득했다. 참으로 오랫동안 800∼900포인트 언저리를 헤매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한국 증시가 마침내 도달한 5000포인트 시대의 모습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코스피 시장을 살펴보면 지수 상승의 기울기가 몹시 가파르긴 하지만 이미 2007년부터 2000포인트에 도달했던 기록에 비하면 너무 오랜 시간을 박스피에 갇혀 있었다는 느낌부터 앞선다. 오랜 제자리걸음 끝에 마침내 박스권을 힘차게 벗어나는 흐름이 과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에 비해 거래대금 수준도 매우 차분한 모습이다. 얼마든지 추가적인 상승 랠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그림이다.
코스닥 지수의 움직임은 1999년의 IT 버블 이후 27년 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달 26일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단숨에 고지 위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대량 거래가 터져 나왔지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에서 3000포인트를 목표로 내건 덕분이라고는 하나, 코스피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점은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2000년 이후 주요 강세장별 코스피 시가총액을 비교해 보더라도 이번 상승장은 다른 강세장과 다른 모습이 많다. 무엇보다도 금융위기 이후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은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구조적인 제도 개혁과 반도체 경기 호황 등이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점이 다르다. AI 확산으로 촉발된 반도체 경기 호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한국 증시는 예상 밖으로 긴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상승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가총액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톱10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 규모만 하더라도 2143조원에 이르는데, 과거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만 무려 1527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하면 3종목 합산 시총이 무려 1620조원에 이른다. 우선주를 제외하더라도 시장 전체 시가총액 대비 31.8%에 이르는 규모다.
2000년 이후 주요 강세장 시기에 나타났던 '시가총액 톱10' 종목들의 비중은 대략 30% 전후에 머물렀으나, 이번 강세장에서는 톱10 종목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4.7%까지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업체 빅 2를 핵심으로 하는 초대형주 위주의 상승 랠리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조선, 방산, 원자력, 전력 인프라 업종의 몇몇 핵심주들이 상승 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측면은 현재까지 초장기 강세장이 진행 중인 미국 증시가 M7 종목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뚜렷한 상승 랠리를 보였던 다섯 차례의 강세장마다 주도주는 매번 바뀌었다. 해당 시기마다 '시가총액 톱10 구성종목'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 경제가 지나온 과거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형광색을 칠한 종목들은 다음 강세장이 고점을 기록할 때 '시가총액 톱10 리스트'에서 사라진 종목들'이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가 2007년 이후 꽤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이번에 또다시 톱10에 진입한 모습이 특기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