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5(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DL이앤씨가 강남구청과 맺은 <정비사업 상생 협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구역 조합원 대상 설명회 과정에서 선물 제공 정황이 확인되면서, 금품과 향응 제공을 금지한 관련 기준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DL이앤씨는 당초 압구정4구역 수주에 무게를 실어 왔으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지자 전략을 수정해 압구정5구역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정 경쟁’과 ‘과열 방지’를 약속한 상생 협약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두고 의문이 나온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압구정5구역 조합원을 대상으로 아크로 라운지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앞서 조합원들에게는 일정과 장소가 명시된 초대장이 개별 발송됐고, 행사 이후에는 마카롱 세트와 수저 세트, 기념품 등이 담긴 쇼핑백이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이 촬영해 공개한 사진에는 선물들이 개별 포장돼 제공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행 법령과 지침에 비춰볼 때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금전이나 향응,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제공 물품의 종류나 금액과 무관하게 조합원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갈 경우 ‘금품 제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앞서 강남구청 역시 지난해 10월 압구정5구역 조합과 시공사들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입찰공고 이전 단계에서 개별홍보는 물론, 금품·식음료·사은품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경고와 공개 조치에 이어 반복될 경우, 입찰 참가 제한까지 가능한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번 사안이 더욱 논란이 되는 배경에는 DL이앤씨가 2024년 9월 강남구청과 주요 건설사 8곳과 함께 <정비사업 상생 협약>에 직접 서명한 당사자라는 점도 작용한다. 해당 협약은 개별홍보 금지와 금품·향응 제공 금지를 핵심으로, 과거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과도한 경쟁과 잡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압구정5구역은 과거에도 시공사 홍보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앞서 삼성물산이 조합원 단체 채팅방에 외부 홍보요원을 조합원으로 위장·참여시킨 사실이 드러나 ‘사찰 논란’이 일었고, 이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과 불공정 경쟁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건설사는 다르지만,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유사한 성격의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조합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선물이 제공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상생 협약이 형식적인 선언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생 협약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이를 어긴 순간 강조해 온 준법성과 공정 경쟁 메시지 자체가 설득력을 잃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압구정 5구역은 다음 달 입찰공고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안에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기본과 원칙 준수 여부”라며 “같은 사업지에서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조합 입장에서는 굳이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