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실패, 한전 적자 도미노… 산은에 또 2조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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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실패, 한전 적자 도미노… 산은에 또 2조 수혈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3.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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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업은행 BIS비율 적정성 위험수위에 LH 지분 현물 출자
한전 지난해 4.7조원 적자 발생, 산은이 1.3조원 평가손실 떠안아
“HMM 매각 등 성사 없이 잇단 지원은 근본적인 처방 안 될 것”
/사진=KDB산업은행 
/사진=KDB산업은행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KDB산업은행에 정부가 또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현재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번 달 중 산업은행에 2조원 규모의 출자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전력의 누적된 적자와 HMM 매각 실패 등으로 인한 산업은행의 자본 적정성이 크게 악화하며 BIS비율 13%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지분 32.9%를 보유한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4조5416억원, 당기순손실 4조716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영업손실 32.6조원, 당기순손실 24.4조원보다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손실로 인한 부담을 산업은행이 떠안고 있다. 산업은행은 2022년 8조원 가량의 지분법 평가손실을 반영했고 지난해에도 1조300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안게 됐다. 그만큼 한국전력의 지속된 적자가 산업은행의 자본 적정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이 34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불안한 수준까지 떨어지자 2022년 4월(5650억원)과 지난해 1월(4350억원) 두차례에 걸쳐 1조원에 달하는 LH 주식을 현물출자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2020년 16%를 기록한 이후 14% 안팎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2022년 말 13.4%로 떨어져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 말엔 13.66%를 기록, 은행권 평균 15.25%와 차이가 컸다. 금융당국은 BIS비율 13%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14%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현물출자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해 재무 건전성을 지원해 왔다. 2014년 말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13.5%로 떨어지자 이듬해 2조원 규모의 LH와 한국전력 지분에 대한 현물출자를 단행했고, 2017년 한국선박해양(현재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 2500억원을 또 현물출자하면서 BIS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인 15.26%까지 올렸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공사

그러다 2022년 말 한국전력의 지분법 평가손실 8조원 가량을 떠안은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13.4%로 떨어지자 금융시장 안정조치 보완 및 위기대응 여력 선제적 확충을 위해 1조원 규모에 달하는 LH 주식을 두차례에 나눠 현물출자 했다. 이달 중 2조원 규모의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정부는 산업은행에 모두 5조2500억원 가량의 현물출자를 통해 적정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지원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설비투자 지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금융업계에선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위험수준에 도달할 때마다 정부가 지원하는 현물출자를 ‘치트키’로 보고 있다. 실질적인 현금 유입없는 현물출자 방식은 현금출자와 달리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돼 절차가 간편하다. 현물출자 규모만큼 자본이 확충되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로 예산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현물출자 외에도 2022년 말과 지난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번 2조원의 현물출자가 단행되면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14.34%로 지난해 3분기 대비 0.68%p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초 매각에 실패한 HMM의 재매각과 한국전력의 적자 개선 등이 뒤따르지 않는 한 산업은행의 자본 적정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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