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스, 언제쯤 현대백화점 주름살 펼까
상태바
지누스, 언제쯤 현대백화점 주름살 펼까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2.29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대 M&A 후 영업 실적 하락에 주가 곤두박질… 투자금 80% 증발
현대백화점도 차입금 등 부담 커져 …지난해 408억원 첫 적자 전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8789억원을 투자해 야심차게 인수한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에 발목이 단단히 잡혀있는 형국이다. 지누스의 주가가 인수 당시에 비해 80% 가량 급락해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은 것은 물론 시장 기대치를 30%이상 하회하는 ‘어닝 쇼크’까지 기록하면서 그룹에 차입금 부담만 떠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채무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2년물 1500억원과 3년물 500억원을 발행했다. 인수 당시 5000억원이 넘는 단기 차입금 등으로 인한 유동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지누스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라는 강력한 주가 부양책까지 내놨지만 시장은 시큰둥하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3월 리빙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매트리스 업체인 지누스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약 8789억원에 이윤재 지누스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를 인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36.88%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보유 현금 2300억원을 동원하고 나머지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인수 자금을 조달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M&A였다.

인수한 지분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지누스의 기업가치를 2조5000억여원으로 산정한 것으로 주가 대비 110%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었다. 

지누스 주가는 현재 1만4000원 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인수 당시 유상증자 참여 가격 8만3800원과 비교하면 투자금의 80%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또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인수자금 중 5746억원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무담보로 단기 차입하면서 이자부담도 커졌다.

지누스 인수 이전 6000억원 대에 불과했던 현대백화점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022년말 기준 1조37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해 3분기엔 1조4218억원으로 늘었다. 단기 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3.62~7.35%로 설정됐다.

게다가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이후 지누스의 영업실적도 계속 내리막이다. 지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9523억원으로 2022년 1조1159억원에 비해 17.8%가 줄었고 영업이익은 2022년 656억원에서 183억원으로 72%가 감소했다. 당기 순이익도 294억원에서 53억원으로 줄었다. 지누스의 매출은 인수 이전인 2021년 1조1596억원을 찍은게 최고였다.

이처럼 지누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대백화점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조2075억원, 영업이익 30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6%, 5.4% 감소했으며 당기 순손실 40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현대백화점 주가 또한 지누스 인수 직후 7만6000원 대에서 최근 5만2000원 대로 30% 이상 하락한 상태이다.

지누스의 실적이 나빠진 것은 주력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고객사들은 지누스로부터 매트리스를 직접 구매해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매트리스 수요가 줄어들어 재고가 늘어나자 지누스에 대한 발주를 줄이거나 중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마존의 발주가 정상화되면서 내년부터 지누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한편 지누스는 온라인 매트리스 사업자로 2000년대 초반까지는 텐트 등 캠핑용품을 주로 만들다가 2000년대 중반 매트리스, 배개 및 가구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이후 소형 박스 포장 매트리스 개념을 도입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부피가 큰 매트리스를 압축포장하는 방법을 개발해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미국 전체 매트리스 시장에서는 4~6%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으로 한정한다면 25~32% 수준의 높은 지배력을 갖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