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바뀔 때마다… ‘글로벌 동네북’ KT&G에 찾아온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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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바뀔 때마다… ‘글로벌 동네북’ KT&G에 찾아온 시련의 계절
  • 최석영 기자
  • 승인 2024.01.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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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이사들 호화 출장에 불법 정치 자금 후원 의혹까지
행동주의펀드 “1.5조원 미국 예치금 반환 가능성 공개하라”
/사진=KT&G
/사진=KT&G

국내 독점 담배사업자 KT&G가 사장 교체기를 맞아 어수선한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백복인 현 사장이 사장 선임 관련 규정까지 손질하며 4연임을 노렸지만, 내외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지난 10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상태다.

먼저 안으로는 KT&G 전·현직 이사들이 매년 회삿돈 수천만원을 들여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2022년부터 매년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

또 KT&G는 2017년 다수의 국회의원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해묵은 의혹도 받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의 공세다.

FCP는 최근 KT&G가 미국에서 담배 사업을 하기 위해 장기 예치 중인 1조5400억원의 반환 가능성 여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KT&G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1조원을 배상하라는 소송 제기 청구서를 보낸 데 이은 것이다.

백 사장의 연임 포기로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FCP 측은 지난 29일 “KT&G가 장기 예치금 가운데 전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재무제표에 이를 전액 회수할 수 있는 것처럼 기재한 것이 문제”라면서 “재무제표에는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이 기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치금은 미국 현지에서 가입한 에스크로펀드에 들어가 있다. 미국에서 담배 사업을 하려면 향후 벌어질 송사에 대비해 미리 돈을 예치해야 한다. 회계적으로는 충당금과 같은 성격이다. 이 자금은 여러 주정부에 걸쳐 들어가 있다.

FCP 측은 최근 미국 법무부가 KT&G를 상대로 자료를 요청한 것과 관련, 예치금의 회수 가능성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FCP는 지난해 말 KT&G 이사회에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하라는 서한도 발송한 바 있다. FCP는 서한에서 “백 사장의 KT&G가 매출은 40%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17% 감소하며 동종업계와 영업마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G는 포스코, KT 등과 함께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이다”라면서 “지난 2000년대 초반 민영화된 이후 매번 사장 교체기마다 잡음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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