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타고 온 갑질? 강구영 리더십에 KAI가 흔들린다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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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타고 온 갑질? 강구영 리더십에 KAI가 흔들린다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1.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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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 취임 후 핵심 임원 대폭 물갈이… 측근으로 채워 안팎서 불만
편향된 인사 문제로 불협화음 커지면 리더십 ‘구멍’, 균형 잃지 말아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난해 3월 폴란드에 수출할 FA-50 PL 1호기를 선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난해 3월 폴란드에 수출할 FA-50 PL 1호기를 선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취임 당시 보은·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렀던 강구영 대표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이끈 지 1년여 만에 흔들리고 있는 조직·직장 문화를 우려하는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강 대표가 취임 이후 핵심 임원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고, 군 출신과 자신이 몸 담았던 단체 인물들을 측근에 대거 기용하면서 잡음이 들리더니 급기야 최근엔 공군 예비역 장성 출신 KAI 간부가 부하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고용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 체제의 KAI가 직장문화마저 변질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KAI 간부 A씨는 지난해 9월 이라크의 한 식당에서 직원 B씨가 술잔에 물을 채웠다는 이유로 B씨에게 술잔을 던졌다. B씨는 지난해 10월 국내로 돌아온 후 공황장애 판정 등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퇴근한 뒤에도 카카오톡이나 무전기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시키는 등 수차례 사적인 심부름을 시켰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A씨의 계속된 지시에 의해 출근한 후 “실력도 안 좋은데 내가 그냥 데리고 있는 거야. 그만두고 싶으면 빨리 말해” “내가 외국어 조금만 배우면 너 정도는 하겠다” 등 언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진주고용노동지청에서 사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KAI 간부의 갑질 논란으로 번질 경우 강 대표의 리더십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공군 중장으로 전역한 강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던 친정권 인사로, 2022년 9월 취임 당시부터 ‘보은 인사·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문성 논란으로 줄곧 시달려 왔다.

강 대표는 취임 이후 핵심 임원들을 절반 가까이 해고하고 측근을 잇달아 기용하면서 논란을 만들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설계·양산·시험 등을 총괄한 류광수 고정익사업부문장 부사장을 강 대표가 취임 1주일 만에 해임한 일이었다. 류 부사장은 현재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영입돼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당시 핵심 임원 10여명을 줄줄이 해고하고 자신이 취임 전 소속돼 있던 보수단체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인물들로 채웠다. 국방포럼은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군 출신들의 모임으로 현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다수 회원으로 있던 곳이다. 대선 당시 수차례 보수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강 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고문으로 영입된 공군 준장 박 모씨는 고문에서 상무로 사내에 들어온 뒤 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CFO 경험이 없는 박씨가 재무를 총괄하자 회사를 장악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현재 박씨는 전무로 승진해 KAI의 사업지원과 인사, 노사 등을 총괄하는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 감사에도 육군대장 출신인 김 모씨가 선임됐다. 김씨는 강 대표와 함께 국방포럼에 참여한 인물이다. 국방포럼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황 모씨도 현재 KAI 윤리경영실장(전무)을 맡고 있다.

KAI가 폴란드 수출계약을 체결한 지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9일 폴란드 수출형 FA-50GF 12대 납품을 완료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폴란드 수출계약을 체결한 지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9일 폴란드 수출형 FA-50GF 12대 납품을 완료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또 지난해 KAI에 공군 영관급 이상 군인이 6명 이상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강 대표 취임 전에 비해 2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지난해 영입한 군 출신 인사는 모두 12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체 특성상 군 출신 인사를 영입할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강 대표 취임 이후 공군 출신 영입이 대폭 늘어난 부분은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측근 낙하산 인사가 심해지면 조직 문화를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선 강 대표의 이런 인사 스타일이 지속될 경우 조직 내 ‘이권 카르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KAI 간부의 갑질 논란도 리더의 편향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 출신 인사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리더의 뒷배(?)를 믿고 벌어진 일탈행위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205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7 항공우주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KAI의 목표는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들의 단합된 힘과 전문성이 결부돼야 한다. 인사로 인한 불협화음으로 만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균형잡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강 대표의 태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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