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는 문 닫았는데… 세진중공업 ‘2.2억 과징금’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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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업체는 문 닫았는데… 세진중공업 ‘2.2억 과징금’ 합당한가
  • 서중달
  • 승인 2024.01.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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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 후려치기… 피해업체는 삭감 대금도 돌려받지 못해
세진중공업 울산 학남공장 전경. /사진=세진중공업 홈페이지
세진중공업 울산 학남공장 전경. /사진=세진중공업 홈페이지

초대형 조선기자재 제조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인 세진중공업이 영세한 중소업체와 거래에서 수 차례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반복적으로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한 세진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진중공업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사내 하도급 업체에게 선박의 목의장(선실 내 화장실·천장·도어 등 각종 시설물 설치) 공사를 위탁하면서, 정당한 사유없이 하도급 단가를 2018년 10% 깎은 것을 비롯해 2019년에도 선종별로 최대 4.7% 더 인하하게 했다. 1년 6개월여 동안 70건의 하도급 거래에서 이전보다 1억3000만원을 삭감한 것이다.

결국 하도급 업체는 수년간 계속된 단가 인하 등에 따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2021년 2월 폐업하고 말았다. 해당업체는 폐업 이후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고 이후 2022년 2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인건비가 하도급 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8년 제조 부문 평균 노임이 5.1%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도급 대금을 전년 대비 일률적으로 인하했으며, 하도급 업체에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단절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 목의장 공사의 세부 작업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해당 사건 목의장 공사의 세부 작업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피해 업체는 세진중공업 사내에서 임가공 작업을 수행하며 장비, 기자재 등 작업에 필요한 요소를 세진중공업 등으로부터 지급받고 인력만을 공급하던 곳으로, 인건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단가 후려치기에 사실상 손실을 떠안으며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해 업체는 공정위 추산 삭감액 1억3000만원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 ‘일률적인 단가 인하 등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의 경우, 법 위반행위가 없었을 때의 정당한 대금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어 지급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정위가 지급명령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세진중공업의 행위는 하나의 수급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법 위반금액(1억30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세진중공업은 이번 제재 사유가 있었던 2018년과 2019년 각각 6억8700만원, 6억2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2021년 218억원, 2022년엔 1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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