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집 5주년, 그리고 새로운 출발 [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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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고집 5주년, 그리고 새로운 출발 [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
  • 최준영 책고집 대표
  • 승인 2023.12.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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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2023년도 우리가치 인문동행 사업의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공유회에는 인문공동체 책고집과 한국아동교육계발원, 상담연구소 마음이야기공방, ㈜이분의일코리아, 사회적협동조합UNPEC, 사단법인 동서지행포럼, 주식회사 책책,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등 인문동행 사업에 참여한 16개 단체가 저마다의 성과를 보고하는 한편, 정보교류의 장을 펼쳤다.

인문동행 사업 중 노숙인 강좌를 진행한 인문공동체 책고집은 사업성과 보고를 통해 전국 9개 권역(부산, 광주, 대구, 대전, 춘천, 원주, 성남, 서울, 수원)의 12개 시설에서 참여 인원 170여명(연 인원 1700여명)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총 102회의 강연을 진행했음을 보고해 박수갈채를 받았고, 16개 참여단체가 자체 선정한 1등 강좌로 자리매김했다.

책고집의 노숙인 인문강좌는 권역과 수치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 2005년 서울 소재 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최초의 노숙인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대학)가 출범한 이래 무려 19년 만에 노숙인 인문학의 전국 동시 진행이라는 성과를 이루었다. 아울러 이번 사업은 나날이 각박해지는 사회환경 속에서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들을 찾아가서 인문학의 향기와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모두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며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일깨웠다.

강좌의 성과는 오롯이 전국을 누비며 열정적으로 강의해준 30여 강사의 헌신과 그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혹은 거리를 헤매다가, 혹은 시설에 웅크리고 있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도 어김없이 강의장을 찾아준 170여 생활인들의 인내와 노력에 힘입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강좌에 참여한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올해로 노숙인 시설과 자활지원센터, 교도소 등에서 강의한 지 20년째다. 그중 올해는 특별히 기억해야 할 한해였다. 책고집이 5년을 버틸 거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적이 따로 없다.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게, 소리소문없이 응원하고 후원해 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 아무런 대가도 보장도 없는 일에 흔쾌히 마음을 보탠 분들이 있습니다. 운영자금 모금에 80여명이 참여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쾌척했다. 덕분에 초기 2년, 왕성하게 강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2년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기간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힘들고 외로웠다. 빚으로 버텨냈다.

지난해부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인문강좌와 과학강좌를 재개했고, 지역의 가난한 어르신을 찾아뵙는 우리동네 인문강좌와 노숙인 인문학을 줄기차게 진행했다. 정작 수원시에선 무시하고 외면했지만, 전국의 책고집 회원과 수원시민의 열정과 헌신, 외부의 여러 단체와 연대하며 버텼다. 그렇게 버틴 끝에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마침내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이 출범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우리가치 인문동행’ 사업자로 선정돼 전국 12개 노숙인 시설에서 102회의 인문강좌를 진행했다. 와중에 상복까지 터졌다. 독서문화 진행에 공헌한 대가로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교보교육대상 ‘참사람 육성’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세상이 드디어 책고집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가오는 2024년은 사단법인 책고집이 본격 활동하게 될 것이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영전하는 대신 책고집 이사직을 선택한 민변 회장 출신 정연순 변호사와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가 책고집 이사로 참여했다. 특히 김범준 교수는 책고집에서 본인의 이름을 걸고 과학강좌를 진행한다. 그 외 쟁쟁한 이사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해 책고집의 비상을 견인한다. 성균관대학교의 원병묵 교수와 한양대 김항배 교수는 24년 책고집 과학강좌의 기획자를 자청했으며, 강태운 이사는 연중 미술관 순례 강연을 진행할 것이다. 전국의 노숙인 시설과 지역자활센터의 인문강좌는 계속될 것이며, 쟁쟁한 강사를 망라한 전통의 책고집 정기 인문강좌는 보다 다채롭고 깊게 진행될 것이다. 무엇보다 24년에는 '교도소 대학' 설립의 주춧돌을 놓게 될 것이다.

2023년 책고집이 주는 성탄 선물이 ‘책고집의 생존’이었다면, 2024년 신년 선물은 ‘책고집의 비상’이다. 지난 5년 동안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책고집의 모든 분께 행운과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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