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민감한 주현정 대표가 자본잠식 회사를… 비투엔의 ‘이상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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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민감한 주현정 대표가 자본잠식 회사를… 비투엔의 ‘이상한 투자’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1.27 14: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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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억 ‘메디클라우드’를 300억원대로 평가… 적자 지속에도 지분 인수
비투엔도 영업손실 이어져… 자금 흘러간 업체도 매출없이 부채만 100억대
비투엔이 자본 잠식된 비상장사 지분 인수에 70억원을 투입한 사실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비투엔
비투엔이 자본 잠식된 비상장사 지분 인수에 70억원을 투입한 사실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비투엔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기업 비투엔이 최대주주와 대표가 바뀐 지 3개월여 만에 석연치 않은 투자를 진행해 의혹을 사고 있다. AI·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명목으로 지분을 인수한 ‘메디클라우드’가 자본 잠식 상태인데다, 연매출 2억원을 한번도 넘겨본 적이 없어 이익창출 능력이 의문투성이인데도 수십억원을 투입한 배경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8월 취임한 주현정 비투엔 대표는 올해 초 소액주주 활동을 통해 삼영이엔씨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대표 해임을 시도했다가 기각된 전력이 있는 등 실적에 민감한 인물이어서 이번 투자가 더욱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비투엔에게 메디클라우드 지분을 넘겨주고 거액을 챙긴 업체 또한 매출은 전혀 없이 부채만 112억원(비투엔 공시자료)일 뿐만 아니라 이 업체의 대표가 지난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소된 인물이어서다.

비투엔은 지난달 18일 유전자 검사를 주된 업무로 하는 비상장사 메디클라우드 주식 350만주(지분 15.83%)를 클라우드AI와 이 업체 대표 김병양씨로부터 주당 1448원, 51억원을 투입해 매입했다. 또 신주 138만주 인수에도 참여해 총 70억여원을 들여 메디클라우드 지분 20.78%를 확보했다.

그런데 메디클라우드는 지난해 자본 잠식된 데 이어 올해 3분기 기준 총자본이 마이너스 10억8700만원으로 자본 잠식 규모가 늘어난 상태다. 매출은 2021년 2100만원, 지난해 1억5300만원, 올해 3분기까지 6600만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을 낸 적은 한 번도 없고 2021년 영업외 수익 24억6700만원을 더해 당기순이익 14억1500만원을 기록한 게 전부다. 올해도 3분기까지 영업적자 17억4200만원, 당기순손실 28억6500만원을 기록 중이다.

비투엔은 메디클라우드 인수를 위해 S회계법인에 1개월여 외부 평가를 맡겨 인수 지분가치가 43억6800만~61억4900만원으로 산출됐다며 주식 350만주 인수 대금으로 51억원을 클라우드AI에 건넸다. 신주 발행에도 참여해 20억원이 메디클라우드로 들어갔다.

비투엔은 지난해 매출 1억5300만원인 메디클라우드의 기업가치가 300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4분기 매출을 4400만원으로 추정하면서도 2025년 107억, 2026년 125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3분기 말 현재 유동자산 3억600만원에 유동부채가 54억8900만원으로 재무상태가 허약한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기업 가치 평가에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실적에 동반돼야 할 마케팅 능력도 불확실한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비투엔이 7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게 맞느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비투엔 로고. /비투엔
비투엔 로고. /비투엔

비투엔도 계속된 실적 악화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투자를 단행한 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비투엔은 지난해 2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한 뒤 올해 3분기까지도 2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당기순손실은 2021년 18억원에서 지난해 22억원으로 늘더니 올해 3분기 기준 70억원으로 급증했고 결손금 44억원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투엔은 신규사업 투자와 운영자금을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22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운영자금 확보 명목으로 진행하는 유상증자 50억원은 오는 29일 납입하기로 돼 있다. 또 다음 달 14일 납입 조건으로 전환사채 50억원과 120억원 두차례 발행이 예정돼 있다. 박애플리코와 힉스조합이 참여하기로 한 전환사채는 내년 12월 주식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업계에선 비투엔에게 메디클라우드 지분을 매도해 51억원을 챙긴 클라우드AI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업체는 김병양씨가 대표로 돼 있는데, 김씨는 UCI(현 MIT·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대표를 역임한 인물로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말 MIT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다. 클라우드AI도 주 사업을 의학·약학 연구개발로 명기했을 뿐, 지난해 매출이 전혀 없었고 자본금 1억원에 자산 16억, 부채가 112억원으로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비투엔이 적자 지속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70억원이라는 회사 자금을 자본잠식 상태인 비상장업체 지분 인수에 쏟아부은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비투엔의 메디클라우드 지분 인수 자금 51억원을 챙긴 클라우드AI의 정체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많다며 비투엔의 새로운 최대주주와의 연관성 여부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비투엔은 지난 8월 비투엔인수목적제이차주식회사(주현정 대표·지분 100%)가 조광원 전 대표로부터 지분 14.9%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자금 173억원을 비투엔인수목적제이차가 주현정 대표로부터 차입하는 방식이었다. 비투엔인수목적제이차는 다시 인수한 지분 500만주를 와이앤제이대부에 전부 담보로 맡기고 100억원을 빌린 뒤 일부 상환과 연장계약을 반복, 내달 말까지 62억여원을 갚기로 한 상태다. 주 대표는 소액주주 활동을 통해 삼영이엔씨와 대호에이엘 경영권 갈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비투엔은 또 최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 종결일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전략적 투자자 비투엔인수목적제이차와 함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기존 대주주의 주식 1102만주(36%)를 양도받기로 했지만, 재무적 투자자들의 대금 납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달 22일 잔금지급이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1월 31일로 연기된 것이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비투엔 주가가 급락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계약 당시 이들의 인수 단가는 주당 3464원으로 책정됐지만, 최근 주가는 22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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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23-11-29 19:46:41
이럴줄 알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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